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서관으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고대의 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수십만 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그곳에 채워 넣었지. 철학, 수학, 천문학, 문학… 당대 인류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지식이 그곳에 잠들어 있었어. 하지만 알다시피 그 위대했던 지식의 보고(寶庫)는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의 화재로 불타 사라지고 말았단다.
우리는 흔히 그 화재로 인류의 지혜가 소실되었다고 안타까워하지.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만약 오늘날 그 도서관이 온전히 남아있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혜로운 세상에 살고 있을까? 나는 요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의외의 곳에서 찾곤 한단다. 바로 네 손안의 스마트폰이야.
생각해 보렴. 네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 작은 기계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모든 두루마리를 합친 것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과거 그 누구도 지금의 너처럼 이토록 쉽게 세상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는 없었지. 우리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되어야 마땅해.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니?
나는 여기서 ‘지식’과 ‘지혜’의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한단다. 지식은 도서관의 두루마리나 인터넷 검색 결과처럼 ‘무엇’에 대한 사실들의 집합이야. 나 역시 예전에 친구와 다툰 뒤 ‘사과하는 법’을 검색해서 그럴듯한 말을 외워 찾아간 적이 있었어. 하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지식은 아무런 힘이 없더구나. 오히려 관계를 더 어색하게 만들었지. 그렇게 그저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게 바로 지식이란다. 반면 지혜는 그 지식들을 연결하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해석하며 ‘어떻게’와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깊은 성찰의 과정이야. 수많은 방법론 중에서 지금 내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가장 진심 어리게 다가갈 단 하나의 말을 고르는 능력, 바로 그것이 지혜지. 하지만 네 손안의 기계는 이런 성찰보다는 즉각적인 정답을, 깊이 있는 사색보다는 짧고 자극적인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 편리한 정답을 소비하는 대신 불편한 질문을 곱씹는 시간을 통해 지혜를 스스로 체화해야 한단다.
너는 지금 대학이라는 또 다른 도서관에서 수많은 ‘단어’들을 배우고 있겠지. 하지만 그 단어들을 그저 머릿속 사전에 잘 정리해두는 것으로 만족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단어들을 엮어 너만의 운율과 리듬으로 한 편의 ‘시’를 써내려 가느냐에 달려 있으니 말이야. 세상의 모든 단어를 그저 담아두기만 하는, 걸어 다니는 사전이 아니라 너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단어를 사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시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