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성공하기를 바라겠지. 그런데 나는 요즘 너를 보면 다른 바람이 생긴다는 걸 느낀다. 나는 네가 더 많이 실패했으면 좋겠다. 넘어지고, 틀리고, 때로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을 피하지 않았으면 해. 사람들은 이걸 나약함의 증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게 진짜 성장을 향한 가장 용감한 발걸음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은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내 온몸으로 부딪쳐 얻어낸 쓰디쓴 교훈이란다.
몇 해 전, 내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의 이야기야. 나는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에 차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지.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프로젝트는 보기 좋게 실패했고, 나는 수십 명이 지켜보는 회의실에서 내 잘못된 판단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해야만 했어.
모두의 시선 앞에 혼자 일어서서 나의 실패를 이야기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구나. 온몸에 열이 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부끄러움, 나 자신에 대한 화가 뒤섞여 참담한 심정이었지. 물론 한동안은 동료들의 의심 어린 시선과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어. 하지만 그 부끄러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니, 비로소 ‘이제 똑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오기가 마음속에서 생겨나더구나. 그 실패의 경험은 나에게 그 어떤 성공보다 값진 체크리스트를 남겼고, 그 시행착오의 목록들을 챙기면서 다시 일하다 보니 결국 나는 그 분야에서 누구보다 먼저 도전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단다.
너의 삶은 이제 막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시작하는 단계겠지. 학점, 연주,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너의 판단과 책임을 요구하는 일일 거야. 특히 너는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한 연주를 해야만 박수를 받는 무대 위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
혹시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와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의 유명한 일화를 아니?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공연 중, 허비 행콕이 솔로 파트에서 완전히 잘못된 코드를 눌렀다고 해. 음악 전체가 무너질 듯한 아찔한 순간이었지. 하지만 리더였던 마일스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그 ‘틀린’ 화음을 완벽하게 감싸 안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멜로디를 불었어. 그 순간, 허비 행콕의 실수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이끌어낸 가장 빛나는 음이 되었지. 그 일화가 보여주듯, 실수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예기치 못한 멋진 멜로디가 시작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단다. 회의실에서 내 실패를 인정하고 나서야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 너의 실수를 마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너의 음악을 더 깊게 만들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 될 거야.
그러니 실패가 두려워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연주만 반복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넘어져도 괜찮으니, 지금 너의 한계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곡에 도전하는 용기를 잃지 마렴. 실패의 경험은 너에게 자신만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단한 내면을 선물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