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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었네

루시드 폴

by 박재우

https://youtu.be/E3aFDygvodg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경위가 알려지기 전에 사람들은

죽으려면 곱게 죽지

한창 사람 많은 저녁 시간에

왜 민폐를 끼치고 죽었냐고 했다.


사고의 경위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업체와 개인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라며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전철과 스크린도어 사이로 렌즈를 밀어 넣어

사고 현장을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했다.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가 없다.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퇴근 후에 소주 한잔을 즐기는 동료가 있고,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이루려는 꿈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사람이었던 그의 죽음을 슬퍼해야 한다.


아까운 청춘이여, 고이 잠드소서.

이곳에서의 짐은

이제 훌훌 벗어 버리고

편안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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