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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학교에서 뭐 했니?

나도 받아보고 싶은 수업들

전화기에서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가 울린다.

학교에 간 큰 딸이 문자를 또 보내왔다. 다른 집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집 큰 딸은 엄마, 아빠한테 문자를 보내는 것이 즐거운가 보다.


문자는 대부분 사진들이다. 수업 시간에 했던 것들을  찍어서 엄마, 아빠와 함께 묶인 그룹 채팅방에 열심히 보내온다.

별거 아니지만, 보내온 사진들을 통해 아이가 학교에서 듣는 수업을 들여다보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수능 공부에만 매달려야 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냥 회색빛 같았기에, 아직 중학교 2학년 나이지만, 아이가 보여주는 학교 생활은 참 다양한 색감으로 그려진다는 부러운 마음이 문득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2020년 9월부터 11월 말까지 큰 딸이 수강한 수업은 English 8과 Visual Arts 8이었다. 과목 이름 옆에 쓰인 숫자는 학년을 의미한다. 큰 딸은 8학년이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8학년 과목을 수강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12월과 1월 말까지 아이가 들은 수업은 Core French 8과 ADST 8 수업이다.

ADST는 Applied Design, Skills and Technologies라는 의미로 Business Education, Home Economics, 그리고 Technology Education으로 구성되어있다.


큰 딸의 말로는 8학년 때는 이 세 가지 수업을 잠깐씩 맛보기로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9학년 때부터는 학생이 좀 더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수강한다고 한다. 이번 주면 ADST 수업이 끝나는데 2월에 해야 할 9학년 수강신청 때, 무엇을 들을지 선생님의 의견을 보면서 고민 중에 있다.


Home Economic 수업을 들으며 받아왔던 재미있는 숙제는 엄마, 아빠에게 채점 지를 주며, 빨래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애벌빨래가 필요한 것부터, 색깔별로 빨래를 구분해서 세탁기에 넣고 온도를 맞추어 돌리고, 드라이어에 넣어서 말린 뒤, 빨래를 개는 것까지를 전부 혼자서 해야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 중 한 명이 채점을 해주고 의견을 써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채점자가 되었고, 20점 만점에 20점을 주었다. 그랬더니, 큰 딸이 아니란다. 자기는 완벽한 점수를 원하지 않으니 솔직하게 써 달란다. 그래서 19점을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께 써 드릴 의견을 적는 곳에다가, "아이가 빨래 전에 바짓단을 똑바로 펴 놓지 않고 세탁기에 집어넣어서 1점을 감점했다" 남겨 주었다.


이 수업은 매 수업 시간마다 음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다룬 내용 중에는 오븐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불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안전 교육 또한 동반되었단다.


아이가 수업 중에 만들었다고 보내 온 음식 사진들 중 몇 가지. 베이킹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단다.

이 수업이 끝나고 들었던 수업은 Technology Education이다. 철을 직접 녹여보기도 하고, 기계를 사용해서 나무를 잘라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철을 직접 녹여봤다며 보내온 사진이다.
스티롬폼으로 차를 만들어 색을 칠했고, 나무를 직접 깍아서는 뚜껑있는 상자를 만들어왔단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인 "The Starry Night" 을 아이가 따라 그리고는 하늘의 별에 전구를 넣어 반짝반짝 빛이 나게 만들었다.
건전지를 끼우면 별 모양 쇠와 고리가 맞닿을 때마다 빛이 반짝 반짝 난다.

수업 시간마다 만들어 오는 것들이 제법이라 작품 같다.

그리고 현재 듣고 있는 Business Education에서는 말 그대로 비즈니스에 대한 용어들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Corporations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며칠 전, 숙제가 나왔다며 열심히 잡지 표지를 만들고 있었다.

딸이 만든 잡지 표지

과제 점수로 17/25을 받아왔다. 25점 만점 중에 17점이라며 실망이 엄청 컸던 듯하다. 왜 이런 점수를 받았는지에 대해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는 딸의 말에 얼씨구나 맞장구를 쳐 주며 그러라 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값진 질문이란 말인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딸이 그저 한없이 대견스러울 뿐이다.

 

아이들 통해서 들여다보는 캐나다의 중고등 학교 수업은 나에겐 '새로움'이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미 자동차의 기계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실습한다. 엔진오일을 바꾸고, 전구를 갈아 끼는 것 등등 실제적인 것들을 일찍부터 습듭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9학년 때부터 관련 수업을 듣고 일찍부터 취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모두가 컬리지와 4년제를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앞으로 남은 4년 반의 시간 동안, 우리 딸이 어떤 미래를 꿈 꿀 지는 모르겠다. 졸업 후, 바로 일을 하려는지, 더 공부를 위해 대학 진학을 하려는지 아이가 결정할 문제라고 보기에, 이 남은 세컨더리 시간을 비전을 꿈꾸로 앞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우는 좋은 학창 시절로 만들어 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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