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캐나다 학교의 숙제

대체 무슨 과목에서 나온 숙제니?

캐나다 학교에서 8학년,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제야 좀 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숙제도 나오고, 중간중간 퀴즈와 시험이 있어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인 듯하다.


근데, 이 아이가 하고 있는 숙제란 것을 보면 또 흥미롭다. 만화를 그린다거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숙제가 꽤 많다는 거다.


학교에서 귀가 한 딸이 숙제를 돌려받았단다.

"점수는 잘 나왔어?"라고 묻자 "exceed"를 받았단다.

만점을 넘어선 점수를 보통 "exceed"라고 표현한다.


"엄마, 선생님이 내가 한 숙제를 사진으로 찍어 가셨어. 나중에 아이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신다고"


"올~ 우리 딸!"

엄마의 어깨는 또 한 번 으쓱해진다.

수학 숙제로 아이가 그린 그림이다.

엄마도 보여달라는 요청에 숙제를 가져온 아이의 그림을 보고 나서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음.... 무슨 과목 숙제라고?"

"수학"

"뭐? 수학? 왜? 이게 어떻게 수학 숙제야?"

물었더니, 물고기에 들어간 모양들이 도형이란다. 그런 도형들을 조합시켜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 거란다.


와.. 정말 황당했다. 이런 수학 숙제라니.

보통 수학 숙제는 문제만 푸는 거 아니었니?


선생님이 찍어갔다는 또 다른 수학 숙제

또 다른 숙제를 보여준다. 뭔가 수학 같기는 한데 죄다 영어로 쓰여 있어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천상 문과인 엄마는 수학이 싫다. 그래서 쓰윽 보고 정말 잘 그렸다 라는 감상평을 남기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몇 주전, 이틀을 꼬박 매달려 그렸던 만화 숙제 또한 정말 흥미로웠다. 과학 숙제 었는데, 인체의 면역 체계를 이해하고, 그 면역 체계를 만화로 그려 설명하는 숙제였다.

밑 그림을 시작으로 정말 정성껏 그려놨다.
과학 숙제로 그린 면역체계를 설명한 만화

지난해, 고등학교 과학 과정을 들은 덕에 면역 체계를 어느 정도 배웠던 내가 봐도 다시 머리에 쏙쏙 박힐 정도로 잘 설명해 놓은 과학 만화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숙제는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려내기 힘든 나름 고난도 숙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딸은 8학년이 되면서 가끔 숙제가 너무 많은 날은 힘에 부치듯이 표현했지만, 학교에 빠지는 걸 너무 싫어할 만큼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배가 아프다는 꾀병을 부리면서 학교를 안 가려한 적이 있던 나... 결국 아빠가 차를 태워주셔서 억지로 등교를 한 날이 있다. 그런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자니,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는 딸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다가도, 저렇게 흥미진진한 숙제를 내주는 학교라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기분도 들었다.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일까?


세컨더리를 시작한 딸의 학교 생활을 즐겁게 지켜본 2020~2021년 School Year! 이틀 뒤면 그 대장정의 일 년이 막을 내린다.


약 2달간 즐거운 여름방학을 지내보자.

금년 9월, 9학년의 학교 생활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장을 받아왔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