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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교장 선생님

Principal-너무나 가까운 그대, 교장 선생님

매일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 서서 조회를 했다.

조회를 할 때면 반별로 쭈욱 번호대로 줄을 서고 조회대에서는 나이가 지긋하신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지겹게 생각하며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기를...'되뇌었던 거 같다.


나의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조회대 위의 모습, 교장실에서 '교장'이라는 팻말이 올려진 책상에 앉아 있으시던 모습이 솔직히 다~~ 이다.


나에게 교장 선생님은 언제나 먼~ 존재였다.


2012년 큰 아이가 킨더가든을 들어가며 캐나다 학교에도 조회시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assembly!

Assembly가 있기 전날이면, 교장 선생님의 이름으로 이메일이 온다. Every parents are welcome!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난 뒤, 교장 선생님이 한번 바뀌었다. 새로 오신, 현재의 교장 선생님이 오신 뒤로는 학교에서 연락을 주는 시스템을 이메일로 바꾸었다. 그 덕에 수시로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메일을 받곤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의 이메일.. From. Principal

*Lost & Found(분실 보관함)에 물건이 너무 많으니 찾아가세요. 안 찾아가면 도네이션 합니다.- 친절하게도 물건을 나열한 뒤, 사진까지 첨부해서 보내주신다.

분실문이 너무 많다고 찾아가라고 보내준 이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사진들 너무 가지런히 정리해서 사진까지 보내주신 정성이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일 특별한 미팅이 어디서 몇 시에 있으니 참여하러 오세요.

*부모님들을 위한 교육 세미나가 어디 학교에서 열립니다. 예약하고 오세요. 아이들 봐줍니다.

*이번 주는.. 월요일 스케줄

                      화요일 스케줄..


등등 이런 내용의 이메일이 교장 선생님의 이름으로 각 부모님들의 이메일로 배송이 된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도 교장선생님 이메일 주소로~


가끔 학교에 있는 커뮤니티 오피스에서 이메일이 오기도 하고, 학교 사무실 직원분이 보내기도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보내시는 이메일이 가장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장 선생님의 이름으로 전달된 이메일은 아주 소소한 내용이 대분분이다.  


캐나다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에게도 참 편하고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살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바뀌기 전, 우리 큰 딸이 킨더를 다닐 때 겪은 이 일은, 나에게 캐나다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한국에서 겪은 교장 선생님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아주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 큰 딸은 다른 친구들보다 겁이 많은 아이였다. 그 날은 학교에서 특별한 날이었나 보다. 킨더 수업 시간에 특별 활동으로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여주었단다.


큰 딸이 5살 때, 둘째 딸은 3살.. 프리스쿨에 드랍을 한 뒤였고, 셋째 아들은 1살 막 아장아장 걷던 시기였다.


둘째를 프리스쿨에 보내고 친구를 만나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데 큰 아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Hi. Mrs. Rah, this is Mr.○○○, principalof ○○○○ school. I am calling about your daughter, ○○○."


헐... 교장이란다. 큰 아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나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우리 딸 문제라 해서 들어봤더니, 겁 많은 우리 딸이 킨더 교실에서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다가 울기 시작했는데 너무 심하게 울어서 토를 했단다. 근데 그게 그냥 토가 아니라 피를 토했단다.


정말 멘탈이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피를 토했다는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1살 된 아이를 끌어안고 차에 급하게 태운 뒤, 학교까지 얼마나 정신없이 운전을 해서 갔는지 모른다.

내가 기억하기론 제한속도 70인 곳에서 100을 밟은 거 같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막 밟은 거 같다.


학교에 도착하니 1살 아들은 잠이 들어버렸다. 원래 차에 아이를 두고 내리면 안 되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잠든 아이를 두고서 학교로 막 뛰어 들어가니, 사무실 앞 의자에 우리 아이가 선생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모습으로 울고 있었다.

그 옆으로 교장 선생님이 서 있고, 고학년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한국말로, 우리 아이에게 계속

"괜찮아. 엄마 금방 오신대. 울지 마"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바,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딸을 위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한국인 고학년 학생을 찾아 한국말로 아이를 달래주게 시켰다 한다.**


교장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대략적인 상황을 다시 알려주고 내 손에 지퍼백을 하나 들려주면서 아이가 토한 피를 휴지로 받쳤던 거라고 응급실 가서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할 거 같아서 챙겨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종이를 쥐여주며, 아이 교적에서 의료보험 번호와 주소 등 응급실 진료 시 필요한 정보를 복사해서 준비했다 한다.


축 늘어진 아이를 들쳐 안으니 내 손은 이미 꽉 차 아이의 가방, 종이와 지퍼백을 받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가 차에 잠들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큰 딸을 안고 차로 뛰어갔는데, 뒤에서 교장 선생님이 아이의 물건을 다 챙겨주시면서 차에 실어 주셨다.


그리고 꼭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을 가보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신랑에게 급하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가며 둘째를 아는 친구 엄마한테 부탁하며 정신을 부여잡고 응급실을 들어갔던 그 시간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다. 아이가 전날 코피를 흘렸는데 그 피를 자면서 삼킨 거 같다고.. 피는 원래 소화가 잘 안되어서 채 소화가 안된 피가 울며 토하는 통에 다시 역류해서 올라온 듯하다는 응급실 의사 선생님의 진단.


전화를 받고 직장에서 조퇴 후 응급실로 다녀온 신랑과 함께 두 아이를 챙기고 친구 집에 맡겨놓은 둘째 딸까지 픽업을 하고 집에 오니 얼마나 진이 빠지던지..


그날 저녁 아이들을 먹이고 쉬는데 7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큰 아이 학교 교장 선생님였다.

응급실은 잘 갔다 왔는지 우리 아이는 괜찮은지 걱정된 마음에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셨단다.


통화를 끊고 신랑한테 뛰어가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군지 흥분해서 설명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마다 교장 선생님이 누군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곳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이름을 외운단다. 부모가 누구인지 기억한단다.

그래서 학교서 마주치는 교장 선생님은 나의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해주곤 했다.


**아마도 학교 사이즈가 작아서 더 가능한 일인 듯하다고 생각한다. 한 학년에 보통 2반 정도, 한 반에 적게는 18명, 많게는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 학교의 전 학년수는 내가 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이랑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일 듯 싶다.**


새로 온 교장 선생님도 한결같다. 나를 보면 아이들 네 명의 안부를 물어주고 특별히 우리 아이를 통해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그 아이에 대해 칭찬을 전해주곤 한다.


우리 두 아들이 5살, 3살 때 처음으로 축구 클럽에 들어가 레슨을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저소득 가정을 위한 등록비 신청서에 교장 선생님이나 의사 선생님 등, 추천을 해 줄 수 있는 분의 정보와 싸인이 필요했다.


킨더에 다니던 셋째가 있어서 교장 선생님 개인 이메일로 사정을 설명하고 신청서 작성을 부탁드렸더니 답변을 주셨다. 교장 선생님의 스케줄을 알려주시며 그 시간에 오면 좋을 듯하다고.


신청서를 들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하는데, 셋째는 학교 학생이라 괜찮지만 막내는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전화를 넣어줄 수 있으니 부탁하라는 말씀까지 덧붙이시며 신청서를 작성해 주셨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자주 찾지 않지만, 아이들을 통해 듣는 교장 선생님, 내가 겪은 교장 선생님은 참 가까운 존재인 듯싶다.


그리고 이 가까움이 주는 편안함과 친밀함이 나는 참 좋다.


캐나다에서 학창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나이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겪고 있는 이 곳 캐나다의 학교생활이 나는 참 재미있고 즐겁다. 그리고 나의 학장 시절과 너무 다른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모습이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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