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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크리스마스 콘서트

최고의 찬사를 아이들에게~

내가 어릴 때 다녔던 유치원의 이름은 박꽃 유치원이었다.

희한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학예회라고 해야 하나 공연을 했었는데 부채춤을 추었다.


앨범에 남아있는 사진은 내 기억 한 조각에 남아있는 부채춤의 존재를 증명한다. 하얀 한복에 분홍빛의 알록달록한 부채를 들고 화장을 곱게 한 유치원생 나의 모습을...


국민학교 때 교회에서 했던 성가대에서는 매번 특별한 날이면 공연을 했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었는지 내 기억 속의 어렸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은 지금 칼군무로 유명한 아이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맞다.. 좀 오버다.


이랬다.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이 준비한 콘서트의 퀄리티는 이렇게 눈이 높았다. 내가 어련히 그랬듯이..


그런 나에게 나의 첫 딸이 처음으로 보여준 Mother's day(어버이날과 비슷한 개념의 5월에 축하하는 어머니의 날. Father's day는 6월에 있다.) 콘서트는 정말 헛웃음의 극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이니까.. 이해했다.

하지만 만 5살이 지나 들어간 킨더가든의 콘서트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고.. 그런 아이들의 공연을 몇 번 보고 나니 기대치가 너무 낮아져서 점점 작은 공연에도 감동이 크게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얼마나 연습을 시켜야 한국에 사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공연의 퀄리티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긴 서론을 줄이고 어제와 오늘 보고 온 우리 아이들의 콘서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콘서트 시작을 기다리며..

매년 12월 이맘때쯤이면 각 학교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준비한다.

낮에도 공연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을 위해 저녁 콘서트도 준비해준다.


커뮤니티 스쿨이라 나름 사이즈가 있어서인지 전교생을 무대에 올릴 수 없어서 Division을 홀수와 짝수로 나눠서 공연을 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콘서트. 짝수와 홀수로 날이 다른게 보인다.

밑에 두 아들들은 짝수, 위에 두 딸들은 홀수 쪽에 들어가서 결국 2일 연속 공연을 보러 가는 큰 축복을 얻었달까?


매년 준비한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 음악 선생님에 따라서 공연의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는 거다.

첫 아이가 어릴 때는 음악 선생님이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공연은 정말 전통적인 캐럴 송을 중심으로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 음악 선생님이 은퇴하시고 온 젊은 음악 선생님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했고. 그 공연을 보고 난 뒤 난 처음으로 브라보 박수를 쳤었다.


지금껏 봐왔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작품성까지 뛰어난 공연이라고 자부한다.


그때의 음악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전근을 가시고 온 새 음악 선생님 또한 젊은 분이신데, 이번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득 있었다는 거다.

딸 둘이 참여했던 콘서트. 자리가 모자라서 고학년 아이들을 벽쪽으로도 줄을 쭉 써서 노래를 함께 했다.

캐럴은 전통적인 것을 많이 골랐지만 생소한 캐럴과 새로 나온 곡들을 잘 조합했고, 차분한 노래와 신난 노래를 잘 배합시켰달까?

아이들이 연습한 율동 또한 귀엽고 깜찍했다.

왼쪽 큰 딸의 공연과 오른쪽 작은 딸의 공연

1시간이 참 알차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율동 또한 같은 것을 배운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흐뭇한 웃음을 지어낼 뿐이었다.


일일이 따지자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뭔가 어수선하고 부족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모습은 그저 흐뭇할 뿐이다. 내 아이가 무대에서 몸은 흔들지 않고 노래만 하더라도 흐뭇하고 그저 뛰어내려오지 않고 무대에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고나 할까?


그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감을 100프로 공감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이런 뭔가 부족한 공연에도 큰 만족감과 큰 박수를 보내주며 아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배려 또한 느껴지는 시간이 되더라는 것이다.


벌써 큰 아이가 8번째 크리스마스 공연을 이 학교에서 했다. 내 아이의 마지막 공연~

그리고 내 막내 아이의 두 번째 공연~


짧은 시간들을 쪼개어 연습을 하고 연습을 시키고 준비하고 마련한 이 무대가 실수투성이에 산만한 무대라고 이야기하기보단 너무 잘했다. 최고다. 멋있었다 라고 이 아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시간이어서 행복했다.


엄마는 너희들의 무대에서 너희들만 바라보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즐거웠노라 고백한다.

그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자랑스러운 내 토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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