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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Gr7. Band 공연

악기를 연습하고 공연을 하다.

첫 딸이 Grade 7(한국으로 치자면 중학교 1학년)을 2019년 9월에 시작했다.


Grade 7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원하는 학생들은(대부분 한다고 한다)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이름하야 Grade 7 band.


집으로 온 가정 통신문에는 날짜와 시간 장소가 적혀 있고 밴드의 첫 모임이라는 공지와 함께 그날 와서 악기를 대여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첫 딸은 첫 아이였기 때문에 엄마인 나의 욕심으로 만 5살에 처음 피아노를 가르쳤다. 한 2년 배웠나?

연습도 하지 않고 교습비는 너무 비싸서 내가 포기를 했다.


한국에 잠시 여행을 갔을 때, 친정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보낸적이 있는데 그때 당시 매일매일 레슨을 하러 가서 1시간 정도씩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아서 한 달에 약 10만원 정도를 지불한 듯하다.


캐나다는 이런 교육비가 비싼 편인데 개인 교습으로 한번 레슨비를 25불 냈다. 30분에 25불.

것도 아는 분이라 싸게 낸 편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아무튼 피아노 띵띵거리는걸 2년 하고 그만둔 지가 몇 년 전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이 아이가 Grade 7이라는 이유로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밴드에 들어가 무료로 악기 수업을 받는다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이 아닌가!


무료라는데 당연히 해야지. 악기만 대여하면 되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악기 대여는 악기마다 다르지만 큰 딸이 선택한 클라리넷은 1년(9월부터 6월까지 학기만 포함한 걸로 따지면 약 10개월) 대여비가 300불이 넘었고 매달 보험금 1불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일시불로 계산하면 좀 더 싸지고 매달 할부로 지급하면 조금 더 비싸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큰 딸은 가정통신문에 나와 있는 날. 정해진 장소(같은 버나비 안에 있는 한 세컨더리 학교였다)로 가서 클라리넷을 대여하고 첫 수업을 들어갔다.


악기별로 교실이 다르고 시간별로 수업이 나누어져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악기 대여하는 곳에서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먼저 도착하는 학생들이 이른 수업을 듣게 되고 나중에 도착한 학생들은 뒤에 있는 수업을 듣는 형식이다.


첫 수업은 정말 별것이 없다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악기를 1도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도레미파솔라시도 기본음 내는 거부터 악기를 조립하고 분리하고 관리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라 한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각 학교마다 밴드 수업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서 그 날에 맞추어 악기와 악보를 들고 학교를 가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나는 밴드 수업을 가면 악기를 제대로 배우는지 알았는데 그 수업 시간에는 전체 밴드가 연습을 한다고 한다.

결국 그 전체 밴드 연습을 위해 각자 집에서 독학으로 악기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배워본 나로서는 악기를 독학한다는 것이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첫 딸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니 그게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 가족은 큰 딸이 클라리넷을 처음으로 연습하면서 내는 음악인 듯 음악 아닌 소음을 몇 달 내내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2019년 연말을 맞이해 Grade 7 밴드가  2019년 12월 12일 목요일 저녁에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밴드 공연을 주최했다.

일을 끝내고 갔더니 너무 늦게 도착해서 맨 뒷자석에서 볼수가 있었다. 결국 키 작은 내 큰 딸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다.

지휘를 한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 8군데에서 밴드를 가르친다고 한다.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며 8군데에서 온 학생들인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독학으로 각자 연습했을 이 학생들이 연주하는 곡들은 그래도 무슨 곡인지 알만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벌써 이곳의 학교 공연 분위기에 익숙해진 우리 부부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기에 나름 잘 들었던 거 같다.

약 30분 정도의 연주 후 전체 밴드 학생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런 공연에서도 브라보를 외치며 앵콜을 요청하는 분위기는 나름 후끈했다.

이래저래 실수도 많고 삑사리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연주였지만 그저 이런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하니 나도 이제 꽤 이곳 삶에 익숙해진 듯싶다.


악보도 읽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 아이들이 이만큼 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그 모습이 우리 큰 딸의 시간을 통해 비추어지니 그저 격려의 박수만 크게 쏟아졌다.

저 많은 학생 중에 한 명이 일어나 연주했던 솔로곡은 훌륭했다. 다시 듣고 싶을만큼~

그 와중에 실력 있는 한 학생의 솔로 연주는 가뭄의 단비같이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이렇게 또 큰 딸을 통해 새로운 이곳 학교 생활의 기억을 하나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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