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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 - 성적표

1년에 3번 나오는 성적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내 책상 위에 서류가 한 더미이다.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이 나오면 똑같은 내용으로 4장씩 되어버리니 항상 집에 오면 아이들이 내 책상 위에 쌓아놓은 통신문을 보며 정리하는 것이 내 하루의 마지막 업무다.


2019년 12월 18일

책상 위에 쌓여있는 종이의 양이 참 평소와 다르게 풍성한 날이다. 이틀 뒤면 겨울 방학 전 학교 마지막 날이라고 네 명의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아왔다.

이렇게 생긴 봉투에 들어있는 성적표는 추가 설명이 많아 제법 두꺼운 양의 서류가 잔뜩 들어있다.

봉투에 들어있는 성적표는 내가 학교에서 받았던 성적표랑 차이가 있다. 점수가 매겨지고 등수가 매겨지는 성적표가 아니라 각 개인의 학습 진도에 관한 성적표라는 게 더 맞을 듯하다.


Kindergarten부터 Grade 3까지의 성적표는 알파벳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성적표가 아니라 해당 아이가 각 과목에서 얼마나 잘 따라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적표이다.


각 성적표 봉투에는 각 학년에 속한 아이들이 그 학년에서 요구되는 학습 진도가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한 설명이 잔뜩 쓰여 있다.


그리고 그 정도에 따라 해당 학생이 얼마나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는지 담임 선생님들이 판단하여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3학년 학생들은 수학에서 네 자리 숫자의 뺄셈과 덧셈을 하고 있다 하자. 선생님은 이 아이가 평소 수업 시간에 보여주는 학습 성과도를 보고 expectation(기대치)를 맞추고 있는지, 기대치에 미치치 못하는지 아니면 기대 이상으로 잘하는 가에 대한 표시를 주며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번 성적표에서 3학년인 우리 큰 아들은 글쓰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선생님의 소견을 받았다. 스스로 의견을 정리해서 서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 더 빨리 정리가 된다는 소견을 주셨다.


그래서 집에서 좀 더 독서와 쓰기에 연습을 요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으셨다.


사진에서 보듯 봉투에 First report라는 섹션에 빈 밑줄이 보일 것이다. 이 부분은 보호자가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곳이다. 만약 보호자가 선생님과의 개인적인 상담을 원한다면 그 밑에 보이는 네모 박스에 체크를 해서 보내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Thank you"라는 심플한 인사만 드리는 편이지만 이번에 셋째 같은 경우에는 의견에 함께 동의하며 노력한다는 의미로 간단히 답변을 써서 보내드렸다.


성적표 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은 다 보호자가 보관을 하면 되고 저 빈 봉투만 다시 선생님께 돌려드리면 된다.

그러면 3월에 나올 mid term report를 이 봉투 안에 넣어서 보내주신다.


보통 일 년을 세 학기로 나눈다.

9월부터 12월 first term

1월부터 3월 second term

4월부터 6월 third term이 되겠다.


4학년부터 7학년까지는 알파벳 순서로 성적이 A, B, C 이렇게 적혀서 나온다.

중간에 proficiency level: A 라고 되어있는 것이 성적이고 위의 굵은 글씨가 과목이다.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각 과목에 이름과 해당 학생의 학습 성취력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고 알파벳으로 적힌 성적이 있다.

각 성적표는 성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에서 해당 학생의 성취력을 서술하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성적표가 꽤 긴 편이다.


고학년들의 성적은 중간중간 보는 테스트와 프레젠테이션, 숙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음악이나 체육 같은 특수한 과목은 담당 선생님이 따로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소견이 반영되어 나온다.


성적표 마지막 부분에는 항상 이 학생의 부족한 점을 집에서 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선생님들의 제안이 쓰여 있기 때문에 잘 읽고 집에서 이끌어주는데 잘 활용하면 된다.


우리 아이들은 이 곳에서 다 태어나고 자랐지만, 네 명이 항상 공통적으로 받아오는 의견은 다른 아이들의 비해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쓰는 어휘력을 집에서 한국말을 하는 부모를 둔 우리 아이들이 감히 따라가기엔 벅찬가 보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기를 권장하시며 도서관을 자주 데려가라는 의견을 많이 주신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정규 수업 외에 따로 과외를 하거나 추가적인 수업을 받고 있지 않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이 되지만, 이왕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도록 격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항상 AAA 만 받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면야 성적이 크게 무슨 상관이랴 싶은 내 맘이 크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너 스스로 생각하기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 받은 성적이 맞니?"라고 묻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후회가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는데 받은 성적이라면 그게 최선인 거고 그게 아니라면 최선의 노력을 더 해서 다음 성적표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배움이 즐겁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기쁨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소망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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