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듣기 좋더라

by memory 최호인


너의 말이 듣기 좋더라

거기에 어느덧

세월에 젖은 깊은 사연이 담겨서

은은하게 내 마음을 적시더라


그 모든 일을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히 말하더라

지금은 괜찮고

지금은 행복하다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꾸밈없이 투명하게 말하는

평온한 너의 얼굴을 보고

참 다행이라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러나 나는 속으로 상상한다

그때 너는

아무렇지도 않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너의 눈빛에서

슬프고 복잡했던

오래된 불안과 절망을 떠올리고

아련한 비애에 젖어들더라


너의 크고 맑은 눈망울을 응시하면서

부드러운 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왠지 나를 생각하게 되더라


오랫동안 말 않고 살았던

응어리진 사연들이 되살아나

잊힌 말 잃어버린 말들을

은근히 아파하더라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내 안에 갇힌 말

내 안에 갇힌 나

나를 가둔 나


나는 나를 말할 수 있을까

잊힌 말 잃어버린 말

이 긴 여행이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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