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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불꽃축제 1

부산에서 한 달 살기 11월 4일 토 매우 흐림

by memory 최호인


날이 흐려서 아침에 더 늦게 일어났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므로 오늘 밤에 광안리 불꽃축제가 열릴지 알 수 없었다. 몸이 피곤해서 굳이 나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만약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광안리 해변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되었다.


10월 14일에 부산에 도착했으니, 어느새 삼 주가 지나갔다.

그동안 쉴 새 없이 이곳저곳을 찾아서 여행을 거듭하느라고 피곤은 누적됐다.


그제와 어제 다녀온 대구와 봉하마을 여행 기록이 길어져서 나는 오늘도 쓰고 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부전시장에 다녀온 후 나는 침대에 앉아서 계속 글을 이어 썼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기고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었다.


이렇게 여행하면서 기록하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힘과 능력으로만 이뤄지지 않음을 다시 느낀다. 그제 대구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대구의 역사와 문화와 지리에 관해 각종 정보를 들을 수 있었으며, 어제 봉하마을에 다녀올 때도 처음 보는 이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의 밑받침이 되었다. 이런 것이 여행과 글쓰기의 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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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서 나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느새 6시가 넘었다. 광안리해변의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서는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서 적어도 두 시간 전에 해변으로 갈 계획을 세웠었다. 그래야만 해변도로 어딘가에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에 가서 앉으면 좋겠지만, 그곳은 티켓을 사서 들어가는 곳이다.)


6시 반이 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다. 내부에서 격심하게 요동치는 갈등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불꽃축제는 8시에 시작한다. 내릴지도 모른다는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지만, 하늘은 언제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찌푸린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원룸에는 우산이 한두 개 있기 마련인데, 하필 내 방에는 우산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은 거의 매일 날이 맑아서 우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이럴 때는 원룸 관리인의 준비성 부족이 약간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굳이 우산이 필요하다면 로비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면 되지만, 비가 내릴지 말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방수되는 재킷을 입고 모자를 쓰면 될까.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하라!

이것은 나의 오래된 성품이기도 하다.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실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안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늦었으니까. 그래서 후회할지 몰라도, 하고 나서 후회하자. 단, 그것이 타인이나 나에게 결정적인 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러나 그 결과가 꼭 좋다는 것은 아니다. 참고, 하지 않을 때가 더 좋을 때도 있다. 가령,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느냐 마느냐 같은 때 말이다. 참지 못하고 이별을 고하고 나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게 된다.)


아무튼 나는 돌연히 글쓰기를 중단하고 일어났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나는 광안리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미리 우산을 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러 뭔가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일어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진 듯했다.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갔다. 며칠 전에 사전답사 한 대로 광안리역 바로 전 정거장인 금련산역에서 내렸다. 사람이 너무 많다면 지하철 열차가 광안리역을 무정차 통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하철 열차 안에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인파가 대규모로 몰린다는 것을 내가 너무 걱정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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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련산역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열차에서 내렸다. 지하철 역사에는 수많은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거리로 나가는 인파를 통제하고 길을 안내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침착하게 그들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어서 어떤 불의의 사고가 날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해변 모래사장으로 가는 길에도 수많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광안리의 해변도로는 물론이고 거기서 한 블록 떨어진 도로까지 자동차가 다니지 못했다. 해변으로 가는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는 먹거리와 물 등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뭔가 사고 싶어도 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드디어 모래사장에 이르렀을 때 예상에 비해 인파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해변에 있는 차도와 인도에 많은 사람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이동식 화장실, 특히 여성용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과 남성이 머무는 평균 시간을 고려하여 화장실을 지어야 할 텐데 대부분 남녀 동일 숫자로 화장실을 만든다. 내가 느끼기에는 여성용 화장실을 남성용에 비해 두 배 이상 지어야 할 것 같다.


모래사장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찬 것으로 보였다. 유료 좌석이 있는 모래사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차도와 인도에는 비교적 빈 공간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는 그런 곳까지 사람들이 들어찰 수도 있겠지만 먼저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것은 곤란해 보였다.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나 하나 앉을 빈 틈이 없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모래사장에 있는 유료 좌석 가격은 꽤 높은 편이다. R석은 10만 원, S석은 7만 원이나 되었다. R석은 테이블과 의자가, S석은 의자만 제공된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최적의 장소를 정하기로 하고,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해변의 중간 지역으로 걸어갔다. 금련산역이 아니라 광안리역에서 걸어왔다면 곧바로 도착하는 곳이었다. 그곳이 불꽃놀이를 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 나는 어느 건물 입구 옆에 섰다. 거기에서 건물 벽에 기대어 그냥 서 있을 작정이었다.


내가 선 곳 바로 옆에는 탕후루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탕후루. 저게 그렇게 맛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했지만,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탕후루를 산 손님들이 계산을 할 때마다 계산기에서 삑삑 거리는 전자음이 울렸다. 그 소리가 끝도 없이 가게 앞으로 울려서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리를 옮기기에는 이미 늦었다. 더 좋은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벽에 기대어 서서 삼십여 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내 주변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 앞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가 생겼다. 거의 8시가 되었을 때는 차도에도 인도에도 사람들이 거의 가득 들어찼다. 그래도 내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앞 통행로에는 사람들이 계속 오갔다.


내 바로 앞에 선 사람들에게 저절로 눈길이 갔다. 30대 부부와 여성의 어머니인 듯한 중년여성이 그곳에 자리를 잡기로 정한 듯하다. 7시 50분 무렵 젊은 여성은 “아빠”에게 전화해서 위치를 알려주고 엄마도 함께 있으니까 빨리 오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빠가 오지 않자, 그녀는 남편에게 빨리 가서 아빠를 찾아오라고 했다. 남편인 듯한 덩치가 큰 남성은 군말 없이 ‘장인어른’을 찾으러 자리를 떠났다. 이미 8시가 다 되었으므로 저렇게 자리를 떠나면 저들이 불꽃놀이를 함께 보기는 어려울 텐데...


내 뒤에 있는 탕후루 가게에는 손님들이 여전히 쉴 새 없이 오갔고, 돈 계산하는 소리도 끊임없이 들렸다. 꼬치에 과일을 꿰어서 설탕을 녹여 묻힌 것이라고 들었다. 포도나 딸기는 그 자체로 달아서 그냥 먹으면 될 듯한데 왜 거기에다 설탕물을 묻혀서 먹는 것일까. 그러나 기호식품 취향은 각자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탕후루가 달아서 좋아할 것 같다.


8시 정각.

드디어 불꽃축제가 시작됐다. 드넓은 해수욕장에 대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이 어두운 밤하늘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와”하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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