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양현근 – 안부가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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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를 보지 못한 갈증으로,
대지를 식히지 못한 뜨거움으로,
글로나마 빗줄기를 불러봅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는’ 그런 비가 그립습니다.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혀주던, 그런 여름비가 그리워지는 폭염입니다.
비가 내리면,
낮아지는 하늘은 마음 속의 그리움을 한껏 부풀려 주지요.
내리는 빗줄기는 그리 부풀은 그리움에 촉촉한 눈물마저 더 해줍니다.
그런 날은,
세상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헛헛한 마음 때문일지, 쓸쓸한 마음 때문일지
하늘 낮아 촉촉한 날은 당신의 안부를 그리워합니다.
어디 비 오는 흐린 날 뿐 일까요.
속없이 화창하게 뜨거운 햇빛을 내리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도,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안부가 그리운 걸 보면,
시인의 말대로 사는게 슬쓸해 진걸까요.
빗줄기 대신 뜨거운 햇빛 쏟아지는 날,
당신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잘 있느냐고
잘 살고 있느냐고
오늘은 어느 하늘아래, 어느 오솔길에서
그 작은 그림자 드리우고 쉬고 있느냐고.
세상 모든 그리운 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