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제는 종일 비가 오더니, 밤 사이 눈 소식도 있었습니다.
며칠 날이 따뜻하고, 거리에 사람도 많아지고, 이리저리 오랜 세월에 지친 사람들이 봄이라 거리로 뛰어나오게 하더니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시 겨울입니다.
먼 산을 보니 나무 가지마다 흰 눈이 한가득입니다.

다시 겨울입니다
긴 겨울 보내려 서둘지 말라고,
오는 봄 반갑다고 들뜨지 말라고,
채 데우지 못한 가슴  얼지 말라고,
슬며시 발목 한 번 잡아주는
다시 겨울입니다.

봄날이라 뛰기 전에 잠시 몸부터 풀어보라고,
봄 새싹 피우기 전에 겨울이 주는 마지막 기운을 머금으라고,
언 땅 뚫고 나올 활력의 마음을 준비하라고,
넌지시 뒷 발 잡아주는
다시 겨울입니다.

계절은 3월이지만,
마음은 청춘이지만,
아직 추운 날,
아직 시린 가슴,
서둘지 말고 천천히 데우며 열어가야 할까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활기찬 봄날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