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비망록 - 문정희 =====================
팔꿈치 엘보 통증이 꽤 오래갑니다. 푹 쉬어야 낫는다 하는데, 살면서 오른팔을 안 쓸 일이 있기나 할까요. 한의원을 갔더니 붓글씨를 쓰는 일도 영향이 있다 하길래, 글씨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고 그저 이렇기 가지고 오래가기로 했습니다.
팔꿈치에 침을 맞고 누워있다가 문득 문정희 님의 비망록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그저 침 하나 꽂혀있는 팔을 보며 돌처럼 아프다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니겠지만, 가만히 누워 침이 전해주는 통증이 팔의 통증을 가라앉혀 주는 걸 느껴 봅니다. 우리네 삶도 그럴까요. 사랑은 그렇게, 별처럼 내 가슴에 날아와 박히고, 아픈 가슴은 저리지만, 그 통증이 사라질 무렵, 우리는 또 그리 생의 한 테두리를 넘어가고 있는가 봅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우리가 되어갑니다. 한 꺼풀 한 자락 우리의 모습이 덮여가며 비망록 한 구석에 채울 저린 가슴 한 구절 써보면서, 그렇게 또 가슴의 상처 보듬어 보나 봅니다.
조용한 저녁, 침 맞고 나온 팔꿈치를 휘휘 돌려보며, 채워 볼 비망록의 한 구절을 생각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