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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2. 2021

오월의 시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 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오월의 시 - 이해

며칠 전부터 길을 걷다 보면 길 가 펜스 위로 장미가 한창입니다.
꽃이 피기 전엔 무슨 잎이 피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곳엔 장미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불쑥, 빨간 장미가 인사를 건넵니다.

시인의 말대로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난' 오월의 장미가 진득이 아껴둔 말을 건넵니다.
어쩌면 오월은, 말보다 생각이 짙어지는 달일지도 모릅니다.
감사의 생각이,
그리움의 생각이,
깨달음의 생각이,
더 깊어지고 짙어지는 달이 아닐지요.

봄꽃에 들떠서
뱉어버린 말 뒤로
초록에 취해서
써버린 글 뒤로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 깊기도 하기에
이해인 수녀님의 이 구절을 가슴에 깊게 새겨봅니다.

담장 위로 한가득 피어오른 장미를 보며 절제의 아름다움을 기억해 보는 오월의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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