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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5. 2021

기대와 실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인근에 제법 오래된 갈비탕집이 있습니다.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갈비탕에 들어간 갈비 양이 푸짐한 게 맘에 들어 종종 들르던 집입니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이 지역을 이야기할 땐 꼭 소개해주던 집이죠.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동네에서 이 가게만 손님이 많습니다.

이번에 이 가게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집 옥상에서 그 집 뒤편이 보이는 곳입니다. 가까운 곳에 맛집이 있으니 잘 되었네 하며 생각하던 참입니다.

이사 후 이리저리 옥상에서 짐을 정리하다 잠깐 쉬면서 내려다보이는 갈비탕집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집에 갈비도 들여오고 주방에서 바쁘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게에서 보이지 않던 주방 뒤편이어서인지 입고되는 갈비짝이 포장이 벗겨진 생고기 그대로 길가로 던져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조리할 때는 깨끗이 씻을 거라 기대는 하지만 내심 찜찜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채소 손질도 마치 후진국의 길거리 음식점처럼 주방 뒤 길가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식당의 뒷모습은 사뭇 충격이었습니다. 십 년을 넘게 저리 해오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다신 저 식당엔 가지 않을 듯합니다.

실망스러운 식당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도 생각해 봅니다.
종종 방송에서 유명인들의 범죄 뉴스나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그 모든 실망감은 내가 가졌던 기대와 반비례하는가 봅니다. 관심 없던 이보다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이의 소식일 때는 실망이 더 크곤 하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기대도 실망도 내가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든 사물과 인간의 본질은 타고난 그대로인데 나 혼자 상상하며 기대하고 모습을 만들어놓곤 나 혼자 실망하고 화를 냅니다.

어쩌면 그 갈비탕집은 원래 그리 해오던 집인 것을 나 혼자 깨끗한 집이려니 상상하곤 실망하듯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도 내가 만든 틀을 만들어놓고 그 모습을 기대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기대를 적게 하고 실망을 적게 하는 게 좋은지,
기대를 많이 하고 실망을 크게 하는 게 좋은지 결론짓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그래도 세상엔 상식적인 모습이, 상식적인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 기대하면서 마음속 맛집 하나 지워내는 오늘입니다.

세상 구석구석 올바른 상식이 자리 잡는 곳이 많아지길 기대하는 오늘입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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