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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4. 2021

발목 잡는 발목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매 주말마다 지인들과 모여서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마음도 즐거워지고 스트레스도 풀려 재미있어하는 운동입니다.

작년엔 배드민턴을 치다가 엘보로 한동안 고생을 하고 있기에 이젠 운동도 살살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토요일 저녁에 운동을 하는데 뭔가 몸에 힘이 들어가는 듯싶더니만 사고가 났습니다. 조금 무리해서 점프를 하다 내려오는 순간 발목이 지끈했습니다. 근육이 놀랐으려니 하다 통증이 심해져 부랴부랴 병원을 갔더니 발목뼈에 금이 갔답니다.


주말이니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오라 하고 응급처치만 해주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을 집안에서 발목에 보호대를 차고 다니는데 영 불편합니다. 밥 먹는 일, 세수하는 일, 뭐하나 편한 일이 없네요.

새삼 몸의 모든 부분들의 협업이 이리도 중요했나 싶습니다.

한쪽 발하나 쓰기 힘든 것 때문에 모든 움직임이 불편해집니다.


아침 일찍 병원을 가는데 여러모로 심란합니다.

이리저리 정리할게 많은데 낭패입니다.

할 일은 지천인데 답답합니다.

발목이 발목을 잡습니다.

괜스레 식구들만 더 애쓰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합니다.


아픈 다리를 걸쳐놓고 생각해봅니다.

후회와 자책이 지나가고 나서 생각해보니

좀 까분다 싶으셨나 봅니다.

좀 급하게 뛰어가나 보다 싶으셨나 봅니다.

잠깐 거기 좀 앉아보라 말씀하시고 싶으셨나 봅니다

이렇게 잠시 앉아 생각하라 하시나 봅니다.

정신 못 차리고 허정 허정 돌아다니지 말고, 가만히 앉아 생각 좀 하라 하시나 봅니다.


발목의 회복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한동안은 그간의 모든 루틴이 또 달라져야 할 듯싶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의 치유를 받아야 할까 봅니다.

그렇게 또 세월의 약효를 기대해야 할까 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잠시 발을 쉬고

마음도 쉬고

머리도 쉬고

잠시 돌아봐야 할까 봅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발목 잡으신 이유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까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과 치유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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