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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5. 2021

비목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가곡 - 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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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71주년입니다.

어린 시절 매 625 때마다 학교에서 반공과 멸공의 단어와 함께 듣고 자란 그 625 전쟁이 불과 70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먼 옛날이야기 같았습니다.

어쩌면 부모님 세대가 들려주던 625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 감각이었을까 봅니다.


전, 아버지에게 625 전쟁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말수가 적던 제 아버님은 딱히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아버지의 군복 입은 사진 한 장만이 앨범에 끼워져 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잊고 있던 어느 날, 국방부로부터 아버지의 훈장을 전달받았습니다. 생존자가 몇 없던, 서부전선 어느 치열한 전투에서 공을 세우신 일이 확인이 되어 뒤늦게 훈장을 전달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액자에 정성스레 넣어져 온 아버지의 훈장을 보며, 청춘시절의 아버지가 경험했을 그 아픈 시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전쟁을 그리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그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아픈 전투의 기억을 잊고 싶으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다 알기엔 어렸을 그 청춘의 시절,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느꼈을 그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종전 후 마주쳐야 했을 사회와의 괴리감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큰 혼돈이었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그 세월을 거치고 견디어 낸 , 또 지금도 견디고 계실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을지,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을지,

그때의 이데올로기는 누구의 선택이었을는지,

그 모든 분들이 지켜 내고 싶었던, 이뤄내고 싶었던 국가라는 것은 무엇일지,

지금의 우리나라는 과연 그들의 기대에 맞게 흘러가고 있을지,

하늘은 서글프게 푸른 호국 보훈의 달에,

의미 없는 이념 전쟁을 떠나,

부질없는 편 가르기를 떠나,

희생하신 순국선열들의 마음과, 세상의 평화만을 묵상해 봅니다.


모든 선열들의 희생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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