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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1. 2021

기록 - 살아온 흔적들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주문한 내년 2022년 다이어리가 도착했습니다.

올해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조금 일찍 다이어리를 주문했습니다


아직도 10월이 다 가지도 않았었는데,

시월이면 의례 한 번씩 써보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란 글도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꺼내놓은 가을 옷 사이로 넣지 못한 여름옷이 여태 걸려있는데,

수첩에 기록해야 할 11월과 12월 두 달이나 남아 있는데,

덜컥 2022년 다이어리를 주문했고, 그게 벌써 도착해 있습니다.

이젠 수첩에 적을 일이 그리 많지도 않아졌는데, 그것도 예년보다 훨씬 두꺼운, 데일리 다이어리를 주문했습니다.


차곡차곡 세워져 있는 지난 몇 년 동안 손 때 묻은 해 지난 다이어리와 아직은 멀쩡한 올해의 다이어리 옆에, 이제 막 포장을 벗긴 각 잡힌 2022년 다이어리가 내무반에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신병의 머쓱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놓여 있습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시간이 빨라졌다 느꼈음일까요.

시간이 조급하다 느꼈음일까요.

써 놓아야 할 기억이 많다 생각했음일까요.

계획할 일보다 추억할 일이 더 늘어나 있는 즈음에, 무슨 흔적을 남기고자 함이었을까요.


11월의 첫날,

새 수첩을 꺼내 열어봅니다.

매년 같은 날짜와 매일 같은 빈칸이지만, 새 수첩을 펼쳐볼 땐 마치 여행 전날 가방을 쌀 때처럼 기대와 설렘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서둘러 다이어리를 주문함은, 답답한 지난 시간을 떨치고,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시간을 써보고 계획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월의 먼지와 한 몸이 되어있는 책상 위의 물건들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 다이어리의 표지를 만져보며, 새해엔 엉거주춤한 어색함보다 설레는 계획이, 뿌듯한 만족감이, 평화로운 희망이 이 수첩 페이지마다 가득하길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작은 희망들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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