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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1. 2021

견뎌 내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하루 만에 하늘빛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만에 바람결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만에 창 밖의 소나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커피잔을 쥔 손에 전해지는 온도가 달라졌습니다.


백신 주사를 맞고, 어제 하루는 잔 몸살을 겪으며 보냈습니다.

이 참에 쉬려 했더니, 쉬는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닌 게, 영 불편합니다.

쉼이 아니라 견뎌냄이었나 봅니다.

바이러스와 싸우며,

항체를 만들며,

그렇게 견뎌냄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그렇겠지요.

부조리와, 불공정 속에서

기대와 실망 속에서,

사랑과 미움 속에서

관계와 관계 안에서,

몽롱하더라도,

지치더라도,

아프더라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꿈꾸며,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며,

그렇게 견뎌내고 이겨내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지요.


깎임을 견디고 난 돌이 멋진 도장으로 태어나듯,

정련을 거친 쇳물이 순도 높은 금속으로 변하듯,

그렇게 견뎌보니,

그렇게 한 고비 넘겨보니,

그렇게 한 세월 보내보니,

예방주사 맞은 듯 단단해지고,

백신 맞은 듯 면역이 생기고,

삶의 나이테 한 줄 굵어집니다.

단단한 껍질 옹이 하나 생겨납니다.


한결 개운해진 몸을 털며 일어나 보는 오전입니다.

뺨을 감아 지나가는 찬 바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오늘 또 하루, 견뎌내고 이겨내는, 나이테 한 줄 키워보는 하루인가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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