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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더하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해가 바뀐 정월, 가만히 들여다본 내 마음에도 한 겹의 나이테가 더해져 있습니다.

건너뛸 만도 한데 잊지 않고 꽉 차 있는 제법 조밀한 나이테는, 이젠 그 개수를 세기가 어려워집니다


나이테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지나 온 길들을 돌아봅니다.

한번 풀어 본 미로 찾기 퍼즐처럼,

나이테 속 굽이마다의 순간들이 이제는 조금은 보이는 듯합니다.


그때 내 나이의 아버지의 식탁 위 술 한잔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그때 내 나이의 그 부장님의 머뭇거리는 발걸음은 무엇이었을지,

이제 그 나이를 지나니 조금은 마음이 이해가 될 듯합니다.


청춘 때는 이해 못 하던 장년의 그 고민이,

멀게만 생각되던 중년의 걸음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진작 알았다면 그때의 내 청춘에게 이야기해 주었을 텐데요.

그 상처에 그리 아파할 것도 아니었다고,

그 희열에 그리 기뻐할 것도 아니었다고,

그 상처가 옹이가 되고,

그 기쁨이 꽃이 되어,

그렇게 나무는 굵어지는 거라고.


아직도 새겨야 할 나이테가 더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그 또한 모르는 일이지요.

그저 지금 이 순간,

같은 무늬의 나이테를 늘리며,

훈장 같은 옹이를 가슴에 새기고,

올봄에는 꽃이 필까 기대해보며

그렇게 또 한 해 익어가야 할까 봅니다.


세상 모든 나무들의 멋진 나이테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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