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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6. 2022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 김남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 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 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無償)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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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엔  오랜만에 제법 빗소리 좋은 빗줄기가 그어졌습니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김남조 시인의 시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나의 청춘시절, 가슴 한구석을 채워주던 시인의 단어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봐버리던 그 사람도 비단결 물보라 같은 봄비를 어느 하늘 아래에서 보고 있었겠지요.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는다 합니다.

무상으로 주고 내린

그 자리엔

그 가슴엔

어떤 꽃이 피어날까요.


봄 비 내린 빈 손 빈 가슴에

그리움의 꽃 한 송이 적셔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들의 애틋함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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