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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6. 2022

감 - 허영자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감 -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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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높아집니다.

아직은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바람엔 언뜻 가을이 묻어 날립니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올 겁니다.


그 가을 빛에

그 가을바람에

감은 그렇게 익어 가겠지요.


그 가을 햇살에

떫고 비리던 우리의 젊은 날도

나이도 먹으며 껍질도 연해지고

고집스러운 마음엔 철도 들고

눈은 흐려지며 세상도 덜 보며

그렇게 안으로 안으로

단감처럼 익어 가겠지요.


또 한 번 숙성되는 가을이 오겠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익어가는 날들이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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