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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31. 2022

숲 - 정희성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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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님의 숲을 그려봅니다

멀리 보이는 저 산이 움직입니다.

색이 변하고 빛이 변하며 산이 움직입니다. 머지않아 저 초록산도 단풍으로 불타오르겠지요.


초록 잎도, 붉은 단풍도, 바위도 흙도 모여서 또 새로운 산을, 숲을 만들어 내겠지요.


그렇게 숲은 저마다의 모습을 감추며 숲이 됩니다.

누구 하나 튀어나오지 않고도 숲이 됩니다.


그 숲을 보며 시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럴까요

어느 하늘 아래의 그리운 당신과,

가로등 불빛 아래의 외로운 내가 만나지 않아도,

그렇게 우리는 이 세상의 숲일까요.

숲속의 섬처럼 서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숲이 될까요.


외로운 사람들이 모인

그리운 사람들이 모인

그렇게 반쪽의 가슴들이 모여 온전한 심장을 만드는 우리도

그런 숲일 겁니다.

그런 그리움의 숲일 겁니다.


숲속의 외로운 가슴들을 생각하며

세상 모든 이들의 애틋함 그리움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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