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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3. 2022

조용한 일 - 김사인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용한 일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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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태풍도 지나고,

추석 명절도 지나고,

연휴도 지나고, 다시 여는 하루입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다시 가게를 열고 손님을 맞고,

다시 책을 꺼내 열어봅니다.


그렇게 다시 일상이 열립니다.

미뤄놓은 일들도 꺼내보고,

치워야 할 일들도 움직여보고,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오늘입니다.


버석거리는 부서진 마음 조각들은 저쪽 구석으로 조용히 쓸어 담아놓고, 가만히 앉아 봅니다.


내 곁에 떨어지는 낙엽 하나

내 뺨에 불어주는 바람 한 줄

내 마음에 담겨있는 그리움 한 쪽

그 모든 것에 고마운 하루입니다.


쓱쓱 걸레질을 해 닦아 낸 내 곁에,

슬며시 와 앉아있는 당신이 고마운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곁에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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