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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0. 2022

마음 반죽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밀가루 반죽을 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많은 물을 붓고 반죽하는 게 아니라 적은 양의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꾸준히 치대야, 질지도 되지도 않은 알맞게 쫄깃한 반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뽀얀 밀가루들이 탱탱한 반죽이 되기에는 그렇게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게지요


요 며칠, 밀어두었던 소설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버석하게 말라 떠다니는듯한 마음속 감정의 가루들을 반죽해 보고자 책을 열었지요.

몽글거리는 감성의 시간을 열어주는 시와는 달리, 소설은 또 다른 방법으로 내 굳은 머리를 무르게 해줍니다.

소설은 온 마음이 다른 세계를 만나고 오는 시간 여행과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책을 몇 권 읽고 난 후엔 한동안 소설의 시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는 감정을 조절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소설책을 읽는 일도 마치 밀가루를 반죽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밀가루에 물이 흡수되어 반죽이 될 시간이 필요하듯, 작가가 부어준 밀가루 더미 같은 활자와 문장들을 내 머릿속에서 적시고 치대며 나의 반죽으로 만들어내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소설이 주는 감동들이 내 마음에 흡수되어 찰진 반죽이 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책을 덮고 마음 속 반죽 한 덩이 숙성시켜 봅니다. 이제 이 반죽을 쓰는 일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반죽을 떼어내어 맛난 국수 한 그릇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통통한 만두 한 알 빚어 볼 수도 있고, 때론 다른 종이를 붙일 밀가루 풀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오랜만에 버석해진 마음 가루들을 치대고 반죽해 놓으니 세상은 어지러워도 한동안은 촉촉한 마음으로 버틸수 있을듯 합니다.

세상이 심란할 때, 여러분도 옆에 있는 책 한 권 열어보는 건 어떨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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