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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이다 -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망각에 익숙해진 나이

뒤적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책을 읽어가다가 지나온 페이지를 뒤적이고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거듭 동선을 뒤적이고

외출복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뒤적인다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햇살이 이파리를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달빛이 강물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지난 사랑을 몰래 뒤적이기도 한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에 너를 깊이 새겼다는것

어제를 뒤적이는 일이 많은 자는

오늘 울고 있는 사람이다

새가 공중을 뒤적이며 날고 있다


뒤적이다/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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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뒤적거리는 일이 많아집니다.

분명 여기 둔 것 같은데 둔 자리도 기억 안 납니다.

뒤적거리다 발견한 오래된 물건을 보고 찾을 물건 생각은 잊고 시간을 보내는 일도 잦습니다.


물건만 그럴까요

마음을 뒤적거리는 일도 잦아집니다. 마음속 무엇을 뒤적거리는지조차 잊고, 뒤적거리던 중에 떠오른 모습에 순간 멈칫하기도 합니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 어딘가에 당신이 새겨져 있는 것이라 합니다.

새가 허공을 뒤적대듯,

그렇게 마음을 뒤적거리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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