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어가는 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에 이런저런 변화가 옵니다.

아마도 노안이라는 증상은 체감 나이보다 먼저 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들리는 것도 시원찮고, 여기저기가 쑤시고 결리고, 근력도 빠지고, 가끔 정신도 깜빡깜빡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몸만 그럴까요. 마음도 그렇지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혜로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건 순 말뿐입니다. 오히려 생각의 폭이 편협하게 줄어듭니다.

인생을 경험하고, 세상을 돌아보고, 다양한 삶을 생각하던 마음은 점점 작아져 이제 세상은 내 노안의 시야만큼 보입니다. 세상의 이야기는 막힌 귀만큼만 들립니다.

모든 생각의 출발과 종착역은 내가 됩니다.

세상의 정의도, 삶의 진리도,

열어보는 하루도,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게 됩니다.

노안으로 좁아진 시야만큼이나 생각의 폭도 좁아집니다.

몸의 노화처럼 마음도 노화되는가 봅니다.


이 모든 게 살아가는 자연스러움이니 그리 서글퍼 할 일도 아닙니다.

다 그렇게 나이 들어감이지요.

그렇게 익어감이지요.

세월은 늙어감이 아니라 익어감이라 한다지요. 어쩌면 이 노안은, 난청은, 기억의 깜빡거림은, 남은 에너지를 안으로 더 짙게 익어가는데 쓰라는 자연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더 자라는것도 아니고, 더 번성하는것도 아니고, 잘 익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부디 그 익어감이, 내 좁은 시야의 눈길이, 가는 귀의 열림이, 다물어진 입의 말들이 우리 모두의 선함과 평화를 향한 방향으로만 향하기를 기원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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