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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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면 습관처럼 들리던 노래도 이젠 새롭지 않습니다.
계절과 시간은 그렇게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달려만 갑니다.
벌써 11월이 옵니다.
나태주님의 이 시 11월도 해마다 습관처럼 적어본 싯구절입니다.
매양 노래는 똑같이 들리지만,
매양 같은 시는 읽혀지지만,
그 마지막 날은,
그 11월은,
시인의 말대로 해마다 다른 옷을 입은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 입니다.
그렇게 조용한 묵상의 계절입니다.
이 계절에,
우리에게 남은 일은
고단한 지난 계절의 피곤을 내려놓고
끓어올랐던 뜨거운 심장을 다독이며
지금 그대를,
내 옆의 그대를,
더욱 사랑해야 할 일입니다
세상 모든 사랑의 따스함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