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나태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장미 한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나태주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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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이름은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인데, 정작 시를 읽은 지도 시를 쓴지도 시를 그린 지도 한참인듯합니다.

붓 끝이 무거워진 이유가 그리 푸념만 잔뜩 묻어서였을까요.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듭니다.

정말 서너 번 눈 깜빡한듯한데 11월입니다.

뜨겁던 여름 해는 지나고 이제 창문 반쪽만 한 조각 볕도 반가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 계절에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낮이 더욱 짧아졌습니다

더욱더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라고요


그러게요.

세상에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이지만

그중에 하나의 이유는, 낮이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지샌 긴 밤에도 당신을 사랑하지만,

조각 볕 귀한 이 한낮에도 당신을 사랑함은 멈출 수 없음이지요

조각 볕처럼 사랑도 점점 귀해집니다

그 귀한 사랑을 나눌 당신이 있어 다행입니다


세상의 모든 그리운 그대들의

애틋한 사랑을 응원해 보는 오늘입니다.

모든 이들의 평화를 빕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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