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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8. 2018

야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야지: 일본어 야지우마‘やじうま’의 준말.

야유; 놀림; 또,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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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은어를 쓸때가 있죠.

철 없던 학창 시절,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꼰대’니 어쩌니 하면서 킬킬거리기도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서슬 퍼렇던 독재의 시절, 경찰이 짭새라는 표현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오래, 그리고 자주, 저 마다의 무리들은 자기들만의 은어를 만들어서 소속감을 키우기도 했지요.

저런 은어가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들의 이야기나 행동을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못 알아 듣게 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을겁니다.

그런 은어를 쓰는 이들의 행동은 대부분 비밀스러운 작전이나 계획을 수행하는 집단이기도 하고,또는  비밀스럽지만 떳떳하지 못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 은어를 때론 전혀 관계없는 이들도 뜻도 모르고 따라쓰기도 합니다

마치 조폭의 은어를 쓰면서, 그들의 힘을 빌려 호가호위해보고 싶어 하는 치기이기도 했을겁니다.


요즘 온통, 혈압만 올려주는 뉴스들뿐이라 뉴스 보는게 답답하면서도, 어쩔수없이 들을때마다

또 한번 어이없는 무리들의 뉴스에 실소만 터트립니다.

가능하면 정치인들의 헛발질은 무시하고 이야기 하지 않으려합니다만, 씁쓸한 마음에 한글자 적어봅니다


몇일동안 국회의원들의 발언에 ‘야지주네’ ‘야지 걸지말아라’ 하며 외래어가 난무하였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꼭 일본어를 써서 나쁘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그네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단어를 쉽게쉽게 썼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그들은, 거칠어보이고 독특해보이는 단어를 쓰면서, 그들만의 우월성을 표현하고 싶은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우린 이런 특수한 단어를 우리끼리만 쓰는 특별한 집단이야’

‘우린 이런 거친 단어를 쓰는 힘있는 사람이야, 무섭지?’


마치 ‘야지’라는 단어가 무슨 전문용어인듯,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힘주어 몇번이고 떠들어대는 그들의 오만한 표정을 보면서, 그들의 힘이 잔뜩 들어간 거친 언어를 들으면서,

한 편으론 그들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공식적으론 국민의 선출을 받은 선출직 의원이, 따지고 보면 내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 이런 은어로 자신의 힘을 조직이라는 단체의 힘으로 과시하고, 지위의 힘으로 과시하고 싶어하는 안쓰러운 몸짓들을 보면서, 그들의 처절한 몸짓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옵니다.


부디, 그 아픈 마음들이, 그 가여운 마음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보며 치유 받을 수 있기를,

탐욕의 마음에서 벗어나 보기를, 욕심을 버리고 초심을 기억해 보기를, 그도 저도 안된다면, 제발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말기를 기원해봅니다


그들의 아픈 마음에서 시작된 발언에 ‘야지’주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야지’라는 단어도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나부터 내 마음을 다스려야지

그저 다른이들의 마음도 이해 해 봐야지

그저 세상에 선한 마음이 가득하길 기도 해야지

내 스스로의 모습부터 돌아봐야지

그리고 이제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지


비 오는 오늘,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보며, 뜬금없이 ‘야지’를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민초들이 촉촉히 젖어 힘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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