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거르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저희 카페는 아내가 빵을 직접 굽습니다.

밀가루를 곱게 체에 쳐서 내려 반죽을 합니다.

그냥 부어도 될걸 왜 체에 거르나 물어보니 밀가루가 뭉쳐서 덩어리가 남은 채 반죽이 되면 좋은 빵이 구워지지 않는다 하네요.

참 번거로운 일이다 싶으면서도 그럴만하다 싶기도 합니다


아내의 빵 굽는 일 뒤처리를 해주며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각도 어쩌면 빵 만드는 일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말이지요.

우리들은 세월을 보내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혜를 쌓아갑니다.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저마다의 경험으로 현명해집니다.

그러나 그 현명함이 전부 지혜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세월을 거친 모든 시선이 전부 혜안은 아닙니다.

저마다의 삶의 경험과 질곡을 담은 저마다의 판단이,

때론 독단의 덩어리로, 때론 아집의 뭉침으로 삶의 지혜라는 이름 뒤에 곳곳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 덩어리들이 빵으로 구워질 때 종종 외골수로, 편견으로, 권위의 모습으로 부풀어 오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밀가루 체질하듯, 삶의 지혜에도 체질이 필요합니다.

나의 지금의 이 지혜가 나 혼자만의 독단적인 판단은 아닌지, 나 혼자만의 경험에 기준한 오류는 아닌지 수시로 내 생각을 돌아보고 반성할 일입니다

그렇게 검증의 체를 거르고 나온 생각이야말로 진정한 세월의 지혜일겁니다.

그렇게 성찰이라는 체를 통과시킨 생각으로 구워야 연륜의 지혜가 가득한 맛난 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전히 차가운 겨울의 하루,

오늘의 마음에 한 줌의 세월을 담아 반죽을 해 봅니다.

잘 구워진 삶의 향을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 가득한 멋진 삶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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