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청포도 익는 칠월
19화
실행
신고
라이킷
3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사노라면
Jul 24. 2024
세월 한 줌, 나이테 한 줄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결혼식 참석차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식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동창 동문들도 만났습니다.
다들 어깨와 머리에 세월 한가득씩 얹었지만, 조금씩 보이는 말투에 수십 년 전의 모습들이 그대로인 것도 재미있습니다.
'넌 요즘 뭐하니? 명함 한 장 줘' 하는 말에 살짝 머뭇거립니다. '난 카페 하지, 명함은 없고' 라 대답하면서 입이 머뭇거립니다. 뭔가 내 삶에 대해 더 설명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봅니다.
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내 무엇을 자랑하고 싶었을까.
내 삶의 나이테보다, 내세워야 할 포장이 아직도 더 필요한 걸까 하고 말이지요.
김민기 님의 영면 소식을 들으며 그의 삶을 돌아봅니다. 충분히 큰 역할을 하기에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입장임에도, 스스로 '뒷것'이라 칭하며 철저히 낮은 곳에, 어두운 곳에, 힘든 곳에 먼저 자리합니다.
내 것일 수 있는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어줍니다.
그렇습니다.
내세우지 않아도, 자랑하지 않아도, 내겐 나의 나이테가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앞에 나서지 않아도, 자랑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나만의 나이테가 있는 건데 말입니다.
그 나이테야말로 허세를 다 걷어낸 나만의 명함일텐데 말입니다
허영의 잎을 걷어내고, 교만의 가지를 치워내고,
아직도 더 무거워져야 할, 아직도 더 깊어져야 할,
아직도 한참을 더 두터워져야 할, 내 명함 속의 나이테를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세월
캘리
명함
Brunch Book
청포도 익는 칠월
17
RIP 김민기
18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19
세월 한 줌, 나이테 한 줄
20
그럴 수도 있겠지
21
이 뭣고
청포도 익는 칠월
사노라면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