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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Jul 23. 2024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오랜 지인에게 안부 문자가 옵니다.
어찌 지내냐 물었더니 잘 물들고 있다 합니다.
세상의 지난한 파도를, 때론 견디며 때론 올라타며 그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생각하니 흐뭇한 미소와 함께 코 끝이 뻐근해집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합니다
봄꽃은 힘찹니다. 봄꽃은 거침없습니다
세상을 향해 겁 없이 자유롭게 뻗어 오릅니다.
그런 봄꽃과 달리
가을날의 잘 물든 단풍에는,
지난여름의 뜨거움을 견뎌낸,
지난여름의 폭우를 맞아낸,
지난여름의 태풍을 온몸으로 견뎌 낸
삶의 얼룩이 배어 있습니다
세월이 배어 있습니다
시간이 물들어 있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럴까요
뜨거운 청춘의 에너지가 가득하던 시절을 보내고,
이젠 하고 싶은 일보다 해 온 일이 더 많아지듯,
할 수 있었던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가슴속엔 희망의 자리보다 추억의 자리가 점점 더 커지고,
새로운 세상에 두근거리는 마음보다
세월의 단층을 넘는 심신의 변화에 낯설어지고 어색해지는, 반짝이던 감성보다 신체적인 어색함이 더 짙어지는 나이가 되면, 그렇게 우리에게도 가을이 온 거라고 느껴지면, 우리에게도 잘 물들 단풍빛은 입혀져 있을 겁니다
우리가 지내온 여름의 뜨거움과,
우리가 맞아온 여름의 소나기와,
우리가 견뎌온 여름의 태풍을 그대로 몸에 새긴 채,
각자의 단풍 빛으로 물들어 있을 겁니다
그 어느 날에,
파란 하늘을 향해 올라가던 떡잎의 시간보다
가지 끝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단풍의 시간이 올 때,
나는 어떤 빛으로 물들어 있을까요
그때의 내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다울까요
그때의 내 단풍엔 지난 세월이 곱게 물들어 있을까요
뜨거운 여름의 햇빛 아래에서, 빛을 더해가는 우리의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매일매일 물들어 세상의 단풍에 색을 더할, 잘 물든 나만의 단풍빛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빛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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