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나비 / 류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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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시인의 나비를 그려봅니다.
설 명절을 지내고, 다들 각자의 생활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모였던 가족은 또 각자의 터전으로 그렇게 움직입니다.
자식들을, 손주들을 보기위해 한해동안 명절을 기다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제 그분들은 또 반년의 기다림을 켜켜히 쌓아, 동구밖 길섶에 기다림의 그림자가 어울거릴 날을 또 기다리겠지요.
그렇게 그리움을 키우며 사는게 우리네 삶일까요.
달맞이꽃 때문에 떠날 수 없는 달과,
해바라기 때문에 멀어질수 없는 태양과,
물고기때문에 떠날수 없는 파도처럼,
그리움의 나비와 함께 우리는 이렇게 아침을 엽니다.
어느 하늘아래,
너풀거리며 날개짓하고 있을 그 나비를 그리워하며,
그 나비와 함께 어우러질 봄날을 기다려 봅니다.
세상 모든이들이 그리움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