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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05. 2019

선운사에서- 최영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예전엔,

봄이 와도 춥기만 하니 ‘춘래불사춘’이라 하였는데, 요즘은 봄이 와도 하늘이 맑지 않으니 이 또한 ‘춘래불사춘’입니다


그래도 그 먼지 사이로도,

그 답답한 사이로도,

어느새 잎은 피고 꽃은 열립니다.

힘들게 힘들게 봄 날의 꽃은 핍니다

겨울동안의 상처에서,

그 상처를 열고 비집고 잎은 피고 꽃은 핍니다

그리 피어난 봄의 꽃도 떨어짐은 잠깐이라 하지요

님 한번 생각할 틈없이

그렇게 꽃이 지는 건 잠깐이라 하네요


하지만,

사랑은 가도 과거는 남는것처럼

그 꽃은 그리 쉽게 피고 지어도

매년 오는 봄 꽃같은 그리움은

짙은 흔적처럼 오래 남는가봅니다


매양 왔다가는 계절이지만,

그 봄을 잊는 건,

그 꽃을 잊는 건

그대를 잊는 건

한참이라 합니다

영영 한참이라 합니다.


잔뜩 흐린 하늘이 마음마저 답답하게 하는 날이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지금의 이 봄날의 평화로운 기억만이,

차곡차곡 여러분의 그리움안에 모여지길 기원합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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