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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4. 2019

수국을보며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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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칠월의 햇살이 쏟아집니다
마당 저쪽에서부터 한뼘씩 늘어난 빛 마당이
순식간에 마당 가득 뜨거운 빛이 쏟아집니다
이젠 정말 여름의 빛인가봅니다.
수녀님의 말씀처럼 이런 뜨거운 낮엔 기도가 잘 안될만도 합니다.

그런 시간에 수국 한 송이 그려보며
그늘을 찾아봅니다.
작은 꽃송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
또 하나의 커다란 꽃을 만들어내는 수국의 모습은 어쩌면 태초에 만들어주신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국은 참 맘에 드는 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제가 그리는 꽃의 기본적인 모티브도 수국을 닮은 꽃송이들을 그려보려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오늘 하루도,
작은 손을 서로 내밀어
쁜 원을 만들어내는
그런 수국 같은 하루이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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