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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4. 2019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워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워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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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오는 태풍 소식이 비를 먼저 밀고 올라오나 봅니다.
밤새 촉촉하게 빗소리가 들립니다
떨어지는 가을 빗방울은 마당의 초록을 씻어냅니다
이제 이 비가 그치면,
물 빠진 초록 사이로 언뜻언뜻 가을이 보일 겁니다
흐려진 초록 사이로 언뜻언뜻 그대가 보이겠지요
그렇게 그리움에 어울리는 가을이
빗방울을 타고 사방에 스밉니다.
어쩌면 이 비는,
시인의 말처럼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내리는 가랑비가 아닐지요.

하늘이 잔뜩 내려앉은 오전,
여기저기 띄워놓았던 그리움들이
가슴으로 가까이 내려옵니다
하늘빛 그리움에 단풍 들기를,
그 그리움에 반가운 인사하기를
세상 모든 이들의 그리움과 함께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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