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외로워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워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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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오는 태풍 소식이 비를 먼저 밀고 올라오나 봅니다. 밤새 촉촉하게 빗소리가 들립니다 떨어지는 가을 빗방울은 마당의 초록을 씻어냅니다 이제 이 비가 그치면, 물 빠진 초록 사이로 언뜻언뜻 가을이 보일 겁니다 흐려진 초록 사이로 언뜻언뜻 그대가 보이겠지요 그렇게 그리움에 어울리는 가을이 빗방울을 타고 사방에 스밉니다. 어쩌면 이 비는, 시인의 말처럼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내리는 가랑비가 아닐지요.
하늘이 잔뜩 내려앉은 오전, 여기저기 띄워놓았던 그리움들이 가슴으로 가까이 내려옵니다 하늘빛 그리움에 단풍 들기를, 그 그리움에 반가운 인사하기를 세상 모든 이들의 그리움과 함께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