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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8. 2018

그리움 - 유치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청마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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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뜨거운 폭염의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언제왔나 싶은 여름이 오자마자 맹렬하게 타오르고있네요.

어린 시절엔 여름은 서서히 찾아오고,

그래도 그 당시의 뜨거움은 나무그늘 아래에서 식힐수 있었고,

마당에서 찬물로 하는 등목으로 견딜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점점 그 더위의 강도도 강해지는가 싶습니다


밤새 열대야에 뒤척거리어 지친 눈꺼풀로,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진 머리를 식힐 곳을 찾게 됩니다.

달구어진 온도와 텁텁한 습기가 가득한 도시 한복판은 걸음걸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휴가의 여독과, 방전된 마음이 더위에 더해져 더 지쳐버리는 시간입니다


계곡과 바다를 찾게 되는 이 시간, 이 뜨거운 시간에 그리워질 파도를 생각하며 유치환님의 그리움을 그려봅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의 외침을 삼켜버릴 만큼의 큰 파도가 그립습니다

우물쭈물한 마음을 정신차리게 터져버리는 파도가 그립습니다

더위에 지쳐 늘어져버린 마음을 추스려 줄 파도가 그립습니다


그저 파도 앞에선 지친 애원일 뿐입니다

그저 파도 앞에선 나약한 우리일 뿐입니다

까딱 않는 임이나

까딱 않는 더위나

어쩔 수 있을까요

어찌할까요

애꿎은 파도에게 외쳐나 보나 봅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당분간은 식혀질 기미가 없는 하늘인가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물리적으로 더위를 피해 다니는 수 밖에 없겠네요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아래서

몸 관리 잘 하시고, 찬 물에 배탈 조심하시고,

마음이나마 시원한 파도에 몸 맡기며 젖어보는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세상 모든 달구어진 몸과 마음에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나누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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