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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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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 정호승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만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보내고 나니 해가 진다

두 번 다시 만날 날이 없을 것 같은

강 건너 붉은 새가 말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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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은 세상을 태우고 추억마저 태워버립니다.

싱그럽던 추억들은 말라버리고 남은 것은 버석해져 부서지는 흔적들뿐입니다


이별한 후에 서 있는 북한강에선

강물은 흘러도

꽃은 지고

해도 지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붉은 새도 날아갑니다


노을 진 북한강은 서늘할까요

달구어진 심장도 식혀줄까요

세상이던 사랑이던 끓어 오를 땐 주체할 수 없습니다.


뜨거워진 대지가 식혀지고

들끓었던 심장이 잦아들었을때야

비로소 세상을 보고, 나를 돌아보고, 우리의 만남을 기억할 수 있을런지요


연일 계속되는 더위가 몸도 지치게 하고 마음도 지치게 합니다

멍해진 머리로는 짧은 순간의 생각도 큰 노역입니다

머리위에 큰 얼음 덩어리라도 올려놔야 할까 봅니다

뜨거운 날씨에 머리도 식히고 뜨거워진 가슴도 식히면서 모든분들의 올 여름이 무사하시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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