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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Feb 13. 2021

사람의 자리(전치형, 2019)

메인테이너에게 갈채를

칼럼 읽기를 꽤 즐긴다. 칼럼은 짧은 글이지만 주제 의식이 선명하고, 문장의 날이 무디지 않고 날카로우며, 글쓴이의 평소 생각을 짧은 순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다.


내가 저장해 놓고 읽는 칼럼 혹은 글모음 리스트를 살짝 공개하면...

1. 이슬아 글모음 : http://news.khan.co.kr/reporter_article.html?id=413

2. 김헌의 그리스 기행 : http://www.hani.co.kr/arti/SERIES/1339/

3. 고병권의 묵묵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o267

4. 정희진의 융합 : http://www.hani.co.kr/arti/SERIES/1426/

5. 장대익의 칼럼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o354

종합적으로는!!! 네이버 오피니언 : https://news.naver.com/main/opinion/home.nhn


나는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들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기술과 과학'을 빼놓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그 '기술과 과학'에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에게는 '기술과 과학'에 다가가는 꼼수(?)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오래전부터 애독하고 있는 칼럼이다. 칼럼의 제목은 '과학의 언저리'이고 칼럼니스트는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이다.


http://www.hani.co.kr/arti/SERIES/855/title1.html


기술과 과학의 자리에서 사람의 자리를 만들고, 보여주는 멋진 칼럼이다. 기술과 과학이 만들어 내고 있는 세상 변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할지 고민이 된다면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전치형 교수의 "사람의 자리(2019)"라는 책을 추천한다.


"하나의 사실을 알아내고 하나의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은 길고 값비싸다....(중략).... 알아내고 마련하는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의 자리로 우리를 이끈다....(중략).... 충분히 알아내고 마련함으로써 사람의 자리를 확인하고, 지키고, 가꾸는 것은 과학과 사회 모두의 일이다"


그가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는 서문의 내용이다. 알아내고, 마련하는 것! 어떤 의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는 것과 알아보는 것이 다르고, 듣는 것과 알아듣는 것이 다르고, 어쩌다 생긴 것과 마련하는 것은 다르다. 과학이 만들어 내는 사회변화에 사람의 자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알아내고,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곳에 기고하고 쓴 글을 다시 모아 편집한 것이다. 한편 한 편의 칼럼을 큰 흐름으로 재정리해주는 느낌이라서 참 좋았다. 글 하나하나가 참 좋다. 읽고 난 책을 보니 밑줄이 안 그어진 곳이 별로 없다.



'세상을 지키는 사람, 메인테이너(Maintainer, 지키는 사람)'라는 부분은 특히 좋다.


"우리는 천재적인 혁신가 없이도 근근이 살아갈 수 있지만 성실한 메인테이너 없이는 일주일도 버틸 수 없다. 하지만 혁신가가 앞에서 주목받고 지원받고 성공하는 동안 메인테이너는 뒤에 남겨지고 잊히고 사라지기 마련이다"(전치형, 사람의 자리, 2019, P72~73)


파괴적인 혁신이 그 어떤 때보다 강조되는 이때, 하루하루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메인테이너들은 무대의 뒤편에서 보이지 않는다. 혁신은 과연 무엇을 알아내고, 마련하고 있는지 생각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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