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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y Story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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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비 Oct 12. 2024

떠나는 날 공항에서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드디어 유럽으로 떠나는 날 아침을 맞이했다. 오후 12:30 비행기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어서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아이들과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여행을 준비하던 날들을 떠올렸다. 머리 감는 편의를 위해 가족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른 일, 우연히 발견한 가방 가게에서 캐리어와 여행하는 동안 지니고 다닐 도난방지 가방을 샀던 일, 동네 구제 옷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입힐 눈에 잘 띄는 노란색 바람막이와 밝은 색 여행용 백팩을 샀던 일, 유럽은 현금을 받는 곳이 많아서 유럽 화폐를 공부한 일 등등


공항에 도착해서 미리 환전 신청한 돈을 받고 신청해 둔 유심은 사용법 설명까지 친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느낀 건데 여행과 관련된 일에 사람들은 관대한 것 같다. 왜일까?


우릴 배웅하기 위해 오신 아이들 할아버지와 함께 커피숍에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아침 식사로 베이글을 먹는 것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고 혼자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전 시아버지와 있는 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혼하기 전 시아버지와는 각별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아이들 아빠와 연애시절 사이가 틀어졌을 때는 나를 불러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내 아들이 어릴 때부터 혼자 외롭게 자라서, 둘이 어리지만 네가 같이 결혼해서 살면 좋을 것 같구나. 내가 너 대학은 보내주마. ”


그때 나의 대답은 “만화가가 돼야 해서 결혼은 생각이 없어요. ” 였다. 얼마 뒤 혼전임신이 되어 큰 아이가 태어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혼인신고를 했다.


내가 작가가 되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에도 기쁜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전화하던 분이기도 했다. 이혼 후에는 그때와 달라졌다. 나도 아버지도 전처럼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엄마, 할아버지는 엄청 작은 잔으로 커피를 마셔요. ”

“에스프레소야”

“할아버지가 먹는 베이글 맛이 끝내줘요. 나중에 또 사 먹어요. ”

“아버님, 저희 이제 들어갈게요.”

“그래, 잘 다녀와라.”

“할아버지, 유럽 여행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엄마 말 잘 듣고 연락해라.”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TV에서나 보던 출국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우리들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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