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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Aug 13. 2021

부동산을 다니며

[출간 전 연재]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독립투사의 길로 들어선 친구를 만났다. 진지하게 혼자 살아볼까 생각 중인데 막막하다며 내게 도움을 구했다. 독립투사는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간에게 붙는 칭호다. 나는 제일 먼저 ‘회기동 독립투사’ 타이틀을 얻었다. 그 무리에서는 가장 먼저 독립했고, 독립의 장점을 전파하는 전도사였고, 월세에서 전세로 가기 위해 개같이 취업한 투사이기도 해서다.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자세를 고쳐잡고 물었다.


“월세입니까? 전세입니까?”

“어? 아 네. 전세입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비장하게)

“현재 중소기업에 재직중입니까?”

“네”


첫 독립인 주제에 전셋집이라니. 직장인은 역시, 라며 각 나왔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2021년 기준 종료되는 사업인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일단 은행에서 가심사 먼저 받고······,”

“가심사는 어떻게 받아?”

“인터넷에 찾아봐, 서류 다 나와. 부동산은 그 동네에서 후져 보이는 거 하나랑 새삥인거 하나는 꼭 가봐라”


선배 독립투사로서 대출 진행 과정과 부동산 팁을 성실히 알려줬다. 몇 번의 이사를 통해 원룸집 구하기에 대해서는 꽤 경력이 쌓였다. ‘자취생을 위한 집 구하는 꿀팁’이랍시고 반지하 가지 말라는 말보다 유용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회기, 왕십리, 선릉, 논현, 사당, 그리고 상봉에 거쳐 여러 부동산을 다니고 여러 중개인을 만났다. 그 중 충청부동산과 으뜸부동산의 중개인은 내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집 구하는 새내기 독립투사인 내게 세상은 아직 각박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다.


반면 어떤 중개인은 두고두고 술자리에서 꺼내 먹는다. 그들에겐 고단하고 막막한 집 구하기를 한층 더 유쾌하고 막막하게 만든 공이 있다. 술자리에서 주워들었고 언젠가 내가 겪었고 누군가 앞으로 겪을 ‘집 구한 썰’을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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