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회사생활이 무르익은 시점에 나는 퇴직을 했다. 12년 정도를 이어온 회사생활에서 과장이라는 직함의 자리는 말단사원에서 시작하여 대리를 거쳐, 무수하게 힘들었던 시간들을 견녀낸 징표와 같았다. 물론 이 과장이라는 자리도 무수한 인고의 시간들을 거쳐야 차장, 부장 등의 직책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도 안다.
수많은 직급체계에서 과장의 자리는 이제서야 뭔가 회사생활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나는 그 꽃을 피우기 전에 그쯤에서 회사생활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나의 노력과 시간들을 더 이상 회사에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은 더 이상 회사에 투입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회사를 그만두면 끊어두었던 비행기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많은 퇴직자들의 관례를 따랐다.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나에게도 작동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에 매진을 했으니,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석양이 아름다운 곳에 누워 지금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하지만 나의 여행지는 늘 그렇듯이 휴양지는 언제나 선택지에 없었다. 내가 뜬금없이 퇴직여행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미국 서부에 위치한 포틀랜드였다.
그 당시 포틀랜드는 '매거진B'에 하나의 브랜드로 소개가 되었고, 또 그 당시 포틀랜드는 한국인들에게 힙한 여행지 중에 한 곳이였다. 내가 포틀랜드로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포틀랜드에서는 비록 그것이 괴짜로 보일지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간주되어 환영받고, 그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단단한 대안의 로컬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곳이기에 그곳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혁신을 중심가치로 내세우는 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한 곳이 바로 포틀랜드라고 하면, 포틀랜드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 유명한 매거진 'KINFOLK',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NIKE', 'COLUMBIA' 등의 고향이 포틀랜드이고, 포틀랜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 아웃도어 브랜드인 'PATAGONIA' 본사와 아디다스의 미주 본사가 바로 포틀랜드에 있다. 그 외에 대안적 로컬문화 기반위에서 탄생한 수 많은 군소브랜드들이 그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퇴직을 하고 싶었던 여러 이유중에 하나가 회사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였는데, 퇴직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나만의 사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포틀랜드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포틀랜드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포틀랜드의 닉네임은 '젊은 은퇴자를 위한 도시'다.
포틀랜드가 왜 젊은 은퇴자의 도시가 되었는지는 미국드라마 '포틀랜디아'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포틀랜디아는 포틀랜드 사람들의 사고를 코미디라는 장르를 빌려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그 맛은 세련되지 못한 B급에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역설, 풍자가 알맞게 버무려진 유쾌한 끝맛이 있어 나름의 중독성을 가진 드라마이다.
퇴직과 포틀랜드, 그리고 미국드라마 포틀랜디아가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퇴직를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퇴직를 한 이들에게 관통될 수 있는 핵심의 가치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변화된 자신의 생존 생태계에 걸맞게 필요한 단 하나의 마음가짐을 난 여기서 발견을 했으니까 말이다.
"준비-발사-조준"의 순서
얼마전에 읽은 '백만장자 시크릿'의 내용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법칙을 저자의 경험과 그가 만든 메뉴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 관심을 끌었고 많이 공감했던 법칙이 있는데, 바로 '준비-발사-조준'의 법칙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없이 많은 위험을 예상하여 그게 맞는 시나리오를 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가 '준비-발사-조준'의 법칙에서 설명하고 싶은 요점은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어떠한 결과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칙의 순서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준비하고 조준해서 발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적인 순서일텐데, 발사를 한 다음에 조준이라니?! 저자가 설명하려고 하는 바를 여기서 우리는 알아낼 수 있다. 최선의 준비를 하고, 그 다음 행동을 하고, 그 후에 수정작업을 거쳐 자기가 원하는 바를 위해 그 길을 계속 걸어가면 된다는 것. 자기가 원하는 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어짜피 모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대비책은 없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하고 시작해보라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행동은 '퇴사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퇴사를 하기 위한 준비를 서서히 시작해보는 어떠한 작은 행동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당장 퇴사를 하고 나서 월세와 생활비가 부담되는 정도가 아니라 고통이 된다면 무작정 회사를 관둘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신의 꿈이 어떤 작은 행동으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판단이 된다면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
당신의 꿈을 지탱하는 힘, 그것은 바로 당신으로부터
당신의 꿈을 위한 어떠한 행동의 충분한 이유를 찾았다면, 그래서 퇴사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 정말 필요한 단 하나의 마음가짐이 있다.
앞에서 얘기한 역설과 풍자가 유쾌한 미국드라마 '포틀랜디아'의 한 에피소드에서 발견한 그 마음가짐은 바로, 어떠한 수고스러움과 우여곡절이 있어도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다시금 신입사원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 원하는 것을 위한 순수한 마음상태를 다시 가지고 그 길을 위해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쉽지 않지만 나의 꿈을 지탱하기 위하여 중요한 동력이 되어줄 힘이다.
포틀랜디아의 남녀주인공은 자신들의 집을 관리해줄 가정부를 고용하게 되는데, 집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가정부의 정체는 바로 자신들이 평소에 선망해 마지 않았던 가수였던 것이다. Amie Mann(실제 가수)가 직접 출현해서 연기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주인공이 그 상황을 어떻게 대면해야하는지 역설과 풍자의 방식을 빌려 포틀랜드식으로 풀어나가는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그 에피소드는 포틀랜드를 다녀온지 몇년이 지나서도, 퇴직자의 나의 상황과 맞물려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살아숨쉬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한다.
'너는 너의 꿈을 위해서, Amie Mann이 될 수 있는가? 어떠한 어려움과 수고로움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말이다. 더 이상의 사회적 직급의 타이틀은 없고, 그 직급을 통해 받았던 달콤한 순간들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냐고 질문한다. 그 어려움과 수고로움이 잠시가 될지, 조금 더 길어질지 모르지만 내 꿈을 위해서 시작을 해볼 수 있냐고 질문한다.
행동이 없으면 어떠한 결과도 도출할 수 없고, 내 꿈을 위한 목표를 조준해가는 과정에서 비롯될 힘들지도 모를 상황들을 견뎌내야 비로소 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회사가 아닌 곳에서 내 꿈을 펼쳐나가고 싶은이들에게하고 싶은 말이다. '퇴사'를 위한 단 한가지의 중요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것은 퇴사후의 삶을 살고 있는 나를 위한 위로의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