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백일의 썸머 Jan 12. 2020

늦은 시작이란 있는 것인가?

2018년 상하이어학연수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시작의 의미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시작은 설레는 경험을 하기 전의 미지의 세계를 위한 경계점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시작은 삶의 절박함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시작의 의미는 새로운 다짐의 출발점이 되거나 오래된 습관과의 결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시작'의 의미는 지금까지 안주하며 살았던 삶의 시간과의 작별이며, 온전히 나의 의지로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의 결과 여부는 현재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시작이 있어야 어떤 결과라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니까.


또한 나에게 '시작'은 어떤 두려움을 안겨주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사회가 주는 나이에 따른 행동 패턴의 양식때문이다. 내 나이는 사회적 주기에 따르면, 중년이다. 아무리 마음이 청춘이어도, 그리고 청년의 자리에 남고 싶어도 사회적 주기가 정한 나는 '중년'에 속한다.

 

마흔 살 안팎이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중년'이다.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100세 시대라고 일킬어지고 있는 요즘에는 청년과 중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국어사전에도 중년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재정의하는게 필요하다고 보여지지만, 어쨋든 나는 일생의 주기로 구분하자면 '중년'이다.


이렇게 중년의 시기에 접어든 내 나이는 인생의 주기에 있어 착륙을 준비해야하는 것인지, 이륙을 준비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시기이고, 인생 후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는 마흔 이후의 30년을 제 3의 연령이라고 정의하며 그것을 서드에이지third age라고 명명했으며, 이 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인생의 새로운 절정을 맞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내게 있어 '시작'은 내 인생의 새로운 절정을 맞아보기 위한 실천의 출발점인 것이다. 사회적 주기가 정의한 내 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없애나가는 것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열정을 쏟으며 살기 위함이, 나름 큰 용기가 필요했던 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전성기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자


'냉장고를 부탁해'의 한 장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 다가오지도 않은 결혼, 출산, 육아를 미련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주어지는 한 달의 월급의 기쁨때문에 행복하지도 않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을 택해보는 것. 지금까지 해본 선택과는 전혀 다른, 용기가 필요한 선택을 해본다는 것이 내 가슴을 뛰게하고 설레이게 만들었다.

새로운 여행을 해보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2018년 중국 어학연수를 떠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했던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혹은 적지않은 나이에 경력단절을 무릎쓰고 2018년 상하이로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 나 역시 두려움과 걱정의 감정들을 느끼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때에 느꼈던 두려움들이 미지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나 역시 이들에게 많은 용기를 얻었으니, 여전히 누군가에게 그 용기가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최진석 교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에는 좋은 강의들이 많다.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을 통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과 지식들을 15분의 짧은 시간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그 강의중에서 알게 된 철학자 최진석 교수. 이 분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명료하게 몰입감있게 전달해주신다. 이렇게 세바시를 통해서 알게 된 최진석교수의 다른 강의 중에 또 명강의를 꼽으라면,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인데,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강의는 정말 수십번을 들었던 것 같다.


선택에 대한 결정앞에서 마음이 약해질때면 듣고 또 듣고, 이미 선택의 결정을 한 이후에는 마음이 굳건해지기 위해서 듣고 또 들었던 강의이다.


그는 묻는다.

온전한 자기를 대면해서 자기를 움직이는 힘, 그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욕망이다.
욕망이 긍정되지 않고, 욕망이 자기에게 등장하지 않고,
자기가 자기의 욕망을 사랑하지않고, 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가 존재하지 않은 이 세상이 당신들에게 무엇입니까?


그의 질문은 나에게 망설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얘기한다. 내가 품고 있는 욕망이 도대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그 실체를 확인하라고 얘기한다.


여전히 그의 질문을 실천해보고 있는 중이지만, 상하이 어학연수를 결심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강의이다.


안녕 돈키호테 박웅현 외


어떻게 이 책을 접했는 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안녕 돈키호테'는 민음사에서 광고인 박웅현과 그가 대표로 있는 광고회사 TBWA의 팀원들과 함께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돈키호테'를 무모한 도전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정의하고, 무모한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으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러한 위대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실행력이 전제한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삶에 있어 창의적인 실천력을 가진 돈키호테적인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음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기가 상상한 모습대로 된다.


마라톤하기 좋은 나이, 102살 파우자 싱
시인으로 등단하기 좋은 나이, 99살 시바타 도요
미국 횡단하기 좋은 나이, 89살 도리스 해덕
섬세한 바이올린을 만들기 좋은 나이, 94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세계 챔피언 벨트 되찾기 좋은 나이, 44살 조지 포먼
첫 책을 내기 좋은 나이, 77살 임마누엘 칸트
북극 탐험하기 좋은 나이, 54살 로알 아문센



이 책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들에 매진한 결과가 어떠한가를 보여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삶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 살아보는 것, 이 여행을 떠나보기 위해서 '안녕 돈키호테' 역시 큰 도움이 되었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LAY LOVE


적지 않은 나이가 마음에 걸려 '시작'이 두려웠던 나. 지금까지 쌓아왔던 커리어의 경력단절때문에 '시작'이 두려웠던 나.


하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줄리아 로버츠는 말한다.

로또 당첨을 원한다면, 로또를 사야한다고


정말 간단하지만 명확한 사실이다.




[매거진의 다른 글]

1화. 어느새 서른후반, 전환점이 필요했다

3화. 12년 회사생활, 나는 과장이였다

4화. 퇴사를 위한 단 한가지의 마음가짐

5화. 퇴사 후, 새로운 언어를 배웁니다

6화. 이웃나라에서 늦깍이 학생이 되다

7화. 인생의 고민은 나만 짊어진건 아니였다

8화. 퇴사 후 떠났던 어학연수에서 마주한 또다른 무게

9화. 퇴사를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


['오백일의 썸머'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jihe.seoul/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새 서른후반, 전환점이 필요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