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y day in NewYork

뉴욕의 첫인상. 굉장히 쌀쌀맞다.

by 깐나


Rainy day in NewYork


도착이다. 도착에 대한 기쁨 50, 비행기에서 드디어 내렸다는 기쁨 50, 도합 100의 기쁨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일단 미국은 처음이라 아무 것도 몰라서 맨하탄 가는 버스, 메트로 경로를 알아봤지만 그냥 안전하게 우버를 잡고 숙소로 도착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사이, 내 코를 강타하는 이상한 냄새. 이게 대체 뭐지?

그 정체는 바로 대마초, marijuana, 마리화나! 몰랐다. 사실 그 냄새를 처음 맡고 한국 돌아와서 2년이 지나기까지 하수도 배관 관리 부실로 인한 썩은 냄새인 줄 알았다. 내가 느끼기엔 매캐한 타는 냄새와 함께 나는 맥주(라거) 썩는 냄새에 가까웠으니까.


마약은 또 처음이라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때도 그냥 같이 간 여행 친구K에게 “와 뉴욕 하수도 관리 너무 실망이야! 여기 공무원들 일 안 하나?” 하고 푸념을 늘어놨을 뿐. 원래 사전지식이 있어야 추리도 가능한 법. 이 냄새는 내가 맨하탄에 돌아다니는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괴로웠다. 이 지독한 악취가 바로 뉴욕의 대표 이미지가 돼 버렸다. 기대하던 뉴욕이었는데 애석하다. 그나마 브루클린으로 가서는 냄새가 안 나서 약간 이미지 회복이 가능했었다.


900_IMG_20230709_233904_676.jpg 비오는 맨하탄 거리. 이정도면 비가 와도 감성있는 습도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첫 외식


악취는 이제 그만 곱씹기로 하고, 체크인을 한 후 호텔 근처에 있는 가성비 스테이크로 유명한 스테이크집으로 걸어갔다. 바로 [갤러거 스테이크 하우스]. 피터루거, 울프강 하는 큼직큼직한 스테이크집 사이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런치로 가면 한국돈으로 5만원 이하로 스테이크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말도 안 돼. 물론 기름지지 않은 부위로 나와서 맛난 부위 먹으려면 소정의 금액을 추가해야한다.


900_1711010437903.jpg 스테이크랑 사이드 디쉬, 그리고 치즈케이크까지 코스로 제공되는 런치세트


동남아 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빨리 빨리가 안 된다는 점. 전형적인 Korea girl인 나에겐 고문이었다. 레스토랑 가서 포크를 떨어뜨려서 달라고 요청했는데 10분이나 안 갖다준다. 또 달라고 하는데 알겠다고 말해놓고 또 안 준다. 이렇게까지 나랑 밀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혈압이 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플러팅은 옳지 않다. 그런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점원에게 “저기요!” 하고 부를 수 없다. 그냥 담당 서버가 정해지면 그냥 걔랑 눈맞춤 하면서 알아서 내 테이블에 음식이 다 떨어지거나 내 눈빛을 보고 다가와서 더 필요한 게 있는지 확인하든지 해야 되는 시스템. 나에겐 너무나 고역이었다. 나는 일단 내가 주문할게 있으면 1초 안에 소리치고 바로 점원이 “네 가요!”라고 대답해야 직성이 풀리기에.


사실 내가 안면인식 장애가 있어서 사람들 얼굴을 잘 못 외우는데, 그래서 처음에 배정된 서버가 대체 누군지 구분이 안 됐다. 이름도 안 외워놨다. 눈빛을 보내며 오더를 하려 하자 “나는 네 서버 아니니까 네 서버에게 요청해라”라는 차가운 답변을 받았다. 대신 해주면 안되는건가? 나 미쿵말 잘 못해요우... 원래 처음은 다 그런 법이다. 시행착오 끝에 배우는 법. 이윽고 내 담당 서버가 우리가 영어 허접인 것을 눈치 챈 것인지 그 다음부턴 바로 와서 오더를 받고 코스요리를 차례로 내놓았다. 역시 불쌍함은 전세계적으로 먹힌다.


900_20230709_192139.jpg 지나가다가 내일 먹어야쥐~ 하고 마음먹었던 뷔페. 가격이 너무 착하다. 근데 못 찾아서 결국 못 갔다.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첫 번째 레스토랑인 갤러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신고식을 거치고 타임스스퀘어로 향했다. 날씨가 끄믈거리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아큐에서 들은 바 없던 소식이다. 원래 뉴욕은 비가 거의 안 오지 않나? 그럴 리가 없겠지~ 하고 사진 몇 방 찍고 매그놀리아에 가서 바나나푸딩이 없어서 선택한 복숭아푸딩을 먹고 있는데 비가 왔다. 그것도 호우경보 수준으로 왔다. 우산을 써도 그 직물 사이로 비가 새어 뚝뚝 떨어질 정도로.


SE-2caa1b61-7aaa-11f0-97cd-5b35a47d9875.jpg 매그놀리아의 쇼케이스. 다이어트 강박이 없었으면 3개는 사서 먹어보고 싶었다. 저 치즈케이크들.


여행 갔을 때 비가 오면 사진도 못 찍고 활동에 제약도 커서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다. 오늘 뉴욕 여행 첫날인데 나한테 왜 이래. 옷도 시원하게 입었는데, 너무 춥고 시차 적응은 안 되고 나랑 친구랑 둘 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서 태어나서 한 번도 안 먹어 본 따뜻한 크림스튜가 본능적으로 먹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반절 이상의 뉴요커들은 그냥 그 폭우를 맞으며 걸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엄청난 물가에 우산 사는 것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쿨해서 그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니는 건지, 아니면 덴마크처럼 비가 자주 와서 잠깐 오는 폭우 정도는(그날은 잠깐 오지 않았지만) 일상이었던 건지 뭔지 궁금하다. 뭐가 됐든 진짜 쿨해 보이긴 했다. 쌍따봉.


북창동 순두부. LA갈비도 많이 시키던데, LA 가면 시켜봐야겠다.


그래서 첫날부터 바로 BCD, 북창동 순두부로 향했다. 미국에 건너간 한국인들이 왜 한인 타운을 만들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순두부 한 숟가락에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반찬도 한국보다 잘 나온다. 기본으로 조기튀김이 나온다. 가성비 맛집입니다.

의외로 외국인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 된장, 마늘 냄새가 별로라느니, 떡볶이는 식감이 이상해서 싫다느니, 매워서 못 먹는다느니 하는것도 다 옛날 이야기였다. 서버분들 중에도 한국인들이 몇 명 있었다. 마음편히 주문도 가능했다. 반찬 리필도 가능합니다. 다들 뉴욕 가서 향수병을 느끼면 가보세요.

keyword
이전 02화뉴욕여행  in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