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MoMa에서

간만의 문화생활 The museum of modern art

by 깐나


N.Y MoMa에서


다행히 그다음 날부터는 비가 안 오고 화창한 날씨라서 노여움을 풀 수 있었다. 뉴욕에 있는 내내 계속 비가 올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던지.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하소연은 했더니 “그야말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아니야? 너무 감성 넘친다~” 하고 말해줘서 기분이 풀어졌다. 부끄럽기도 했다. 왜 저렇게 긍정적으로 생각 못 했을까? 하고. 계속 비가 왔으면 슬펐겠지만 하루만 와서 맑은 날과 비 오는 날 전부를 겪을 수 있다니 경험의 다양성 측면에서 좋지 아니한가!


MOMA 입구 앞에서 찍은 사진. 빙딩숲 안의 대형 미술관이라니 이질적이다.


시차 적응을 한참 못하고 있을 때 같이 간 친구는 이미 적응해서 아침에 잘도 일어났다. 배고프다고 밥을 먹자 하는데 나는 도저히 일어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친구 혼자 나가서 칙필레에서 버거를 사 먹고 왔다. 칙필레는 우리나라로 치면 맘스터치 롤 맡고 있으시겠다. 맛있었다고 하니까 이번에 로스앤젤레스에 여행 가면 한번 가봐야겠다.


PIck a bagle 빵들. 지금보니 블루베리베이글을먹어도 좋았을 법 싶다.


겨우겨우 기상한 뒤 유명한 베이글 집인 픽어베이글에 가서 빵은 everything으로 골라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을 주문했다. 원래 연어를 싫어하는데 먹을만했다. 연어 안 들어간 걸로 시키려고 했는데 내가 영어 발음을 제대로 못 해서 못 알아들은 직원이 제일 잘 나가는 걸로 주문해 버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인종차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만은 했다. 한두 입 먹고 말았는데 맞은편에 앉은 아침밥을 먹은 친구 K는 나보다는 젊어서 그런지 그것도 또 잘 먹더라.


오늘은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에 가는 날이다. 모마로 이동하며 걷는 내내 콘크리트 정글 뉴욕 거리를 구경하는 게 너무 좋았다. 여행 온 지 고작 이틀 차인데 벌써 회사로 돌아갈 것이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로 눈부신 전경이다. 지금만큼은 나도 뉴요커다.

뉴욕의 모마(한 가지 팁을 주자면 현대카드가 있으면 모마 입장이 무료다. 미리 만들어놓고 가길 추천합니다. 나는 엄마 찬스를 사용했다.)는 통창으로 된 5층정도 짜리 건물이라서 날씨가 좋은 날 가면 더 좋다.


모마 1층. 테라스 옆에 카페가 있었나 없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너무 좋았다. 덥지만 않았고 시간만 많았으면 쉬다 갔을 것.


테라스에 앉아서 뉴욕뷰를 보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으니까. 건물 전체가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사람들은 어느새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편하게 멍하니 작품을 감상한다. 현대미술, 고전 미술 작품 앞 어디에서나. 그런 자유로움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3층 쯤에서 찍은 테라스 아래. 푸르르다. 기분이 좋아진다.


모마에는 여러 가지 작품이 있는데 내가 원래 좋아하던 앙리 마티스(La musique는 내가 모작도 그린 적이 있다. 헨리라고 미국식으로 읽지 말자)의 작품들이라든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든지 몬드리안의 작품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워홀의 이름은 정확히 모르는 그 캔수프 등 작품들이 있었는데 너무 넓어서 보려고 예정했던 몇몇 작품은 구경도 못 하고 지쳐서 나와버렸다. 아직도 제일 보고 싶었던 고흐의 starry night을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대체 어디에 숨어 있던 거니?


사진 찍은게 없어서 영상을 캡쳐했다. 확실히 화질은 안 좋다.
우리집에 걸려있는 모작. 나름 앰보싱 감도 살아있어서 진짜 같다. 옆판까지 채색한 정성이 돋보인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작품을 눈앞에서 보는 희열은 엄청났다. 가서 봤던 작품 중에 가장 내 심금을 울렸던 것은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매번 마네랑 헷갈린다)의 수련이다. 그 거대한 작품의 스케일에 첫 번째로 놀랐고, 빛을 표현한 그 기법에 반했다. 한국에 귀국해서는 집에 내 키만 한 수련 캔버스 작품을 하나 구매해서 거실에 걸어놨다. 그것만으로 집의 격이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수련은 여러 개 연작으로 나온 작품이라 다른 나라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에 소장된 수련 시리즈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굉장이 인상적이셨는데, 인상파도, 초현실주의도 아닌 샤갈 작품을 보면 생각이 난다. 보고싶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샤갈의 나와 마을. 중학생 때 처음 보고 15년 정도 지나서 실물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연예인을 만난 느낌이었다. 오묘한 그 색감 표현에 눈길을 빼앗겼다. 사실 예술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일자무식이다 보니 결구 옆에 설명을 읽어보거나 해야 ‘아 이게 그런 거구나.’라고 알게 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관통하는 감동은 선명했다.


한국에서는 최소 2만 원은 줘야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이렇게 무료로 관람해도 괜찮은 것인지 죄책감마저 들었다. 아무 말 안 하고 조용히 감상하던 내 친구 K는 어떤 것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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