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회사를 다니면서 해외여행을 가기엔 시간과 체력과 연차가 부족하다. 학생은 나머지는 다 많지만 돈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적기는 언제일까?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말이 여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 당신이 가고 싶을 때가 가장 적기.
내가 오해를 하나 하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엠비티아이 I인 내향형 사람들은 다 집순이이고 여행 가는 것을 싫어하다는 것. 그래서 내향형인 친구들이 12명 정도라 치면 한 명씩 로테이션으로 3달에 한 번씩 만나는 정도의 미팅 스케줄(결과적으로 나는 한 달에 4번 약속이 잡힌다)을 짜는 과한 배려까지 감행했는데(혹여나 나에게 질려버릴까 봐서.. 더 이상 안 만나줄까 봐서), 내향형인 것과 집순이인 것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내향형 친구 S(Special의 S로 써주기를 스스로 요청함)가 주말에 집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스페인이라든지, 가기 힘든 오지여행을 혼자서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끝까지 혼자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은 힘들게 선별해서 같이 액티비티를 한다든지, 밥을 먹는다든지 한다. 오히려 어중간하게 친한 사람들보다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더 편하다나 뭐라나. 어느 정도 통감하는 바이다. 외향적이란 소리를 듣는 나도 차라리 어중간한 사람들보다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온갖 재롱을 부리기가 편하다.
그런데 I도 그렇다고? 세상은 요지경이다. 내 친구 S는 왜 해외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 참고로 나랑 S는 상해 여행을 같이 다녀왔다.
해외여행 가는 이유가 대체 뭘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가는 해외여행은 전시형, 과시형이 많은 유형을 차지할 것이다. 해외여행의 일반적인 목적인 자아 찾기(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적), 직장생활에서 벗어난 일탈, 휴식과 재충전, 새로운 문화 체험 이런 것이 아니라 [내가 여기까지 가봤다], 가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는 것이 거꾸로 목적이 돼버리는 주객전도 현상. 그런데 나도 100퍼센트 그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는 말 못 하겠다.
어차피 해외여행이 아니라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도, 팝업도, 축제도 그것 자체를 즐기러 가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런 경험도 해봤다는 성취감을 SNS에 전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상당수라 생각한다. SNS의 폐해? 아니, 내 인생의 편린을 저장하고 싶은 기록의 욕구이지 않을까?
해외여행을 가면 당연히 좋다. 일단 기분이 리프레쉬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회사에서 차출당해서 일만 하러 가서 관광 하나 해보지 못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솔직히 회사에서 업무차 가는 해외출장도 좋을 판이다. 제발 나도 보내줬으면 좋겠다. 사장님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한 번만 보내주세요.
해외에서 쉽게 겪는 불편 중 하나로 향신료 등등으로 인해서 식음전폐하는 것을 꼽는다. 아쉽게도 나도 고수에서 비누맛을 느끼는 유형의 인간이다(빌어먹을 OR6A2 유전자). 기껏 시킨 외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버리고 무난한 오믈렛 따위를 다시 시키는 등의 사태가 벌어진다. 결국 타협하고 한식당을 2차로 찾는다. "먹고" 살기 위해 주 5일 출근하는 현대인들에게 상당히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13년 전에 갔었던 베이징에서는 식감, 낯섦, 고수향 등으로 식음전폐했던 내가 최근에 다녀온 상해여행에선 과도하게 잘 먹고 돌아왔다. 13년 전의 불편함과의 첫 조우와 그 이후의 내 삶의 전반의 경험이 나를 변화시켰다. 내 미식의 세상이 황홀하게도 넓어진 것이다. 성장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거 같다. 비단 식성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만 겪을 수 있는 한국에서는 생기지 않을 비상상황, 사고들을 해결하다 보면 그 경험들이 다 나의 피와 살이 된다(살은 안 됐으면 좋겠다만). 여전히 못 먹는 음식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떠날 것이다.
사실 해외여행의 적기는 취업이 확정되고 나서 출근하기 전까지이다. 혹은 잠깐 퇴직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때. 시간, 체력, 돈 3박자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그렇지만 그런 귀중한 시간은 흔치 않지. 결국엔 같은 부서 직원들이나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겨우겨우 금요일 연차를 내고 목요일 밤비행기로 출발해서 일요일 저녁에 귀국하여 월요일에 좀비가 된 상태로 출근을 하게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면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다들 어렸을 때 해외에 많이 가보라고들 하나보다. 미국 여행할 때 시차적응이 너무 어려웠다. 총 여행기간이 10박 정도였는데 가서도 적응을 못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또 못했다. 거기서라도 적응했더라면 덜 억울했을 텐데 좀처럼 맘처럼 되지 않는 세상이다. 좀 더 건강했으면 금방 적응하고 날아다녔을 텐데. 그러니 가장 건강하고 젊은 오늘 떠나는 건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