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육아가 쉬운 날이 없었다. 물론,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지만, 그 날들은 모두 지나갔으니 지독하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아기를 낳은 것은 아내였으니, 아내에게는 출산의 고통이 가장 먼저 찾아왔을 것이며, 모유 수유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출산으로 인해 무너진 몸을 일으켜 세우는 힘겨움들이 차례대로 있었을 것이다. 남편인 내가 겪었을 고충이란 감히 입 밖을 꺼내기 힘들다. 힘들다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병원에 있으면 그나마 두려움은 없다. 모자동실을 해도 잘 안되면 간호사 선생님을 부르면 해결된다. 그런데 퇴원을 해서부터는 다르다. 이제부터는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찾아온 어려움은 영아산통이 아닐까 생각된다. 흔히 배앓이라고 부르는데, 아기가 신체에 병이 없어도 발작적으로 심하게 계속 우는 증상을 말한다. 아기의 보챔과 울음이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부모는 답답해진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아직도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문제다. 일반적으로 소화기계 미숙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아기에게 분해되지 않은 모유나 분유의 성분들로 인해 복부 팽만감이나 통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아기가 자신의 답답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결국 울거나 먹은 것을 왈칵 토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수유를 하고는 트림을 꼭 시켜야 하는 이유다. 물론 트림을 한다고 해서 울지 않는 것도 아니고 먹은 것을 토해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밤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현상이 생후 6주경에 심하게 일어난다. 아기가 잠을 안자고 울고 있으니 부모는 오죽 답답하겠는가. 안아보기도 하고, 다리는 주무르기도 하고,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쓴다. 그래도 울기를 반복하고 도무지 잠을 잘 생각을 안 한다.
엄마 뱃 속에서 탯줄로 영양분을 보충하던 태아가 이제는 아기가 되어 엄마 배 밖에서 살아야 하는 과정에서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응이 빠르면 좋겠지만, 아기마다 적응의 시간은 달라서 유난히 영아산통으로 고생하는 아기들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 가정에서는 첫째가 유독 그랬던 것 같다. 새벽이 끝나갈 무렵에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도 잠을 잘 못자서 회사에 가서 쪽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어쩌겠는가.
신기하게 그런 증상은 사라진다. 그만큼 아기가 성장했다는 뜻이고, 태아가 아닌 사람으로 삶에 적응했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힘들었던 이유는 또 다르다. 예를 들어, 이유식을 먹일 때에는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는 힘듦이 있고, 걸어다닐 때에는 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고, 돌이 지나면서 부터는 성장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있으며, 말은 잘 하는지... 등등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시기마다 서로 다른 힘든 고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찾아온 고민이었던 영아산통이었고, 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밤에 잠을 안자서 찾아오는 고민이었다.
새벽에 되고, 해가 뉘엿뉘엿 떠오르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서 잠을 자는 아기 덕분에 내 삶도 밤낮이 바뀐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한 이유는 아기가 잠을 안자서이겠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부모인 내가 잠을 못자기 때문에 벌어졌던 셈이었다.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보인다고 했던가.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둘째를 키울 때에는 그때의 어려움들을 조금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
첫째, 아기가 자면 나도 무조건 자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는 끝이 없는 반복이다. 아기는 먹고 자고 싸는 것이 전부이지만, 부모는 그것을 해주어야 한다. 먹여주어야 하고, 재워주어야 하고, 싼 것을 치워줘여 한다. 그러니까 쉴 틈이 없다. 집안은 어수선하고, 해야 할 집안 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때는 건조기도 없었다. 빨아야 했던 손수건은 왜 이렇게 많았는지. 빨래하고 널고, 정리하는 것만해도 지쳤다. 삶기도 해야 하지 않은가. 사실, 내 친구는 삶지 않고도 잘만 키웠는데, 나는 그것을 꼭 삶았다. 그렇게 집안일은 산더미 같았다. 그래서 아기를 재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더욱이 내 성격이 조금 깔끔한 편이라서 집안이 깨끗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청소도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기가 잘 때에 나도 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기를 대하는 나 역시 짜증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가 잘 때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자야 한다. 만사를 제쳐두고 잘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아마도 요즘에는 아기가 잠들면 그 사이에 유툽을 보는 부모가 많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무조건 자야한다!
둘째, 엄마는 아빠를, 아빠는 엄마를 이해해줘야 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힘들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교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둘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명은 교대로 쉬게 해야 한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육아를 한다면 영혼이 탈탈 털리면서 힘들게 된다. 내가 해보니까 그랬다. 그래서 한명은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충분히 많은 시간이라면 좋겠지만, 1,2 시간 만이라도 ‘수고했어, 좀 쉬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힘든 직장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어도 방콕에서 독박 육아를 한 아내에게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오라’고 한다면 아내는 없던 힘도 생길 것이다. 밤에 아기가 운다면, 한명씩 교대로 아기를 맡으면 육아는 한결 쉬워진다.
그렇게 100일의 기적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