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먼저 일어나고, 나는 10분 뒤에 일어난다. 아내는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용히 조용히. 아내의 출근 준비가 다 되어갈 때쯤이면 방문을 열고 창문의 커튼을 열어서 햇빛이 드리게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일어나고, 아빠의 아침 식탁은 준비가 된다. 우리 가족의 아침 풍경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머니에게 요리를 조금 배웠다. 요즘에는 남편도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맞벌이가 대세이지 않은가. 서툴고 어색한 요리였지만, 조금씩 익숙하게 되었다. 실력이 늘었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보다는 맛이 조금 좋아졌고, 요리를 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나는 신문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한다. 조간신문은 저녁에 발행되는 특성 때문에 교대 근무를 한다. 아내는 학교 선생님이어서 방학을 제외하고는 일찍 출근을 한다. 맞벌이의 특성상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게 요즘 부부들의 생활이 아닐까. 그렇게 내가 오후에 출근을 하는 날에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서 아침 식탁을 준비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서툴기만 하던 요리가 조금씩 손에 익어갔다.
첫째가 태어나서부터는 조금 더 요리가 많아졌다. 입이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유식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정성과 시간이 필요했다. 보채기 전에 맘마를 주어야 하니, 요리의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입맛은 또 어떤가. 한동안 우리 집에는 고춧가루가 없었다.
둘째가 태어날 때가 되니, 실력이라는 표현을 붙여도 될만큼 요리 수준이 늘었다. 이제 왠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요리의 고수는 아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생계형 요리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한 반복이 만들어준 결과일지도 모른다.
교대 근무자인 나는 한달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17시에 퇴근을 한다. 그리고 두달은 17시에 출근을 해서 24시에 퇴근을 한다. 오후에 출근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잠들면 퇴근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도 피곤하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아침 밥상을 차려야 한다. 배를 굶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일하러 가는 아내에게 밥이라는 귀한 에너지를 챙겨줘야 하는 것이 남편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아빠의 식탁은 차려졌다. 완벽하게!
언젠가 아이들을 위해 근사한 아침 식단을 차린 적이 있었다. 노력에 비해서 먹는게 영 아니었다. ‘괜한 노력을 아침부터 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의 식탁은 오늘도 정성스럽게 차려진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베란다에 심어놓은 부추가 부쩍 자랐다. 한 묶음을 웅켜쥐고 가위로 잘랐다. 부침가루에 비벼서 한판 맛있게 부쳤다. 장조림에 국물도 채워서 반찬을 준비했다. 오늘의 아침은 부추 부침개를 장조림에 찍어 먹는 것이다. 장조림이 짭쪼름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먹는다. 요리하는 사람이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잘 먹어줄 때가 아닐까. 오늘 부추 부침개가 아주 잘 팔렸다. 성공!
첫째는 학교로, 둘째는 유치원으로 보내고 돌아왔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다시 한다. 아침은 정말 빨리 간다. 잠깐 한 눈을 팔고 있으면 금새 점심이 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후다닥 헤치우는게 상책이다. 아이들 덩치가 커져서 그런지 냉장도도 텅텅 비워진다. 주말이 지난 아침에는 특히 그렇다. 아몬드를 넣은 멸치 볶음, 당근 양파를 섞어서 카레를 살짝 넣은 감자 볶음, 그리고 매운 것도 제법 먹어서 참치를 넣은 김치 볶음을 만들었다. 퇴근한 아내가 저녁을 차리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요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성만큼이나 시간은 필수다. 아이들도 봐야 할테니 저녁 밥상을 차리는 일은 시간적으로 소모적이기도 하다. 이 정도 해놓고 출근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저녁에 먹을 것들을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이제 할 일은 다 했다. 아빠 출근한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본다. “아이들 잘 있지? 별 일 없지?” 그리고 덧붙여서 물어본다. “밥은 잘 먹었지?” 그렇다고 한다. 오케이. 아빠의 저녁 식탁까지 완성. 이제 마음이 놓인다. 잘 먹어야 공부도 잘하고, 잘 놀고, 잘 자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아이들 키우는 엄마 아빠들의 마음이 아닐까.
퇴근을 하면 아이들은 곤히 잠들어 있다.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살피고, 나도 조용히 둘째 옆에 눕는다. 딸, 엄마, 아들, 아빠 순서로 우리는 누워 잔다.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누우면 즉시 잔다. 잠 잘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에 조금만 더 잠을 자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눈이 떠진다. 아빠의 아침 식탁은 내일도 차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반찬을 만들까? 아침에 계란은 가장 편안한 요리다. 올리브 오일에 계란과 토마토를 같이 볶아서 발사믹 소스를 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다. 매일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꿈나라로 떠난다.